바다표범이 사람의 힘이 미치지 않는 남극 주변 해양 조사를 실시해 지구에 있는 바다 속 전체 모습을 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해양 조사를 할 때 이용하는 장비 중에는 자기수온염분분석계, CTD라는 게 있다. CTD는 해수의 전기 전도도나 수온, 수심 등을 측정하는 한편 이들 수치를 바탕으로 해수 속 염분 농도를 산출해 조사선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전문 조사원과 장비, 선박 등이 필요한 만큼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장치가 개발됐다. 남극해를 조사 중인 연구원이 개발한 이 장치는 바다표범 머리에 달아 흔히 구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바다표범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아르고 계획(Array for Real-time Geostrophic Oceanography)이 바로 그것. 아르고 계획은 지구 전체 해양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걸 목표로 삼는 프로젝트다. 아르고 플로트라고 불리는 무인해양기후관측기가 수심 2,000m에서 해수면까지 자동으로 오가면서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한다. 측정 결과는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하게 된다.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바다표범의 힘을 빌린 이유는 뭘까. 남극 해역의 특성 때문이다. 남극해에선 해면에 떠오르는 빙산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아르고 플로트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바다표범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바다표범의 생태를 조사하려다가 이를 우연히 본 해양학자가 이번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바다표범 349마리의 협력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과도 발표된 상태다.

바다표범은 수심 500m에서 2,000m까지 급강하할 수 있다. 이 와중에 머리에 장착한 주먹 크기만한 CTD 장치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수집한 데이터는 바다표범이 수면 위에 올라올 때 전송한다. 배터리는 5개월 연속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조사한 데이터는 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을 거쳐 아르고 계획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이들 데이터는 바닷물이 지구를 순환하는 해양 대순환 구조를 해명하는 데 이용된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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