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3월 7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 행사다. 인터랙티브 분야는 7∼11일, 영화는 7∼15일, 가장 규모가 큰 음악은 11∼16일까지 열린다. 그런데 이 행사 기간 중 IBM이 행사장에 요리를 해주는 트럭을 보냈다고 한다. 도대체 IBM은 왜 요리차를 이곳에 보냈을까.

이 요리차는 여느 차량과는 다르다. 지난 2011년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에서 사람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탑재했기 때문. 왓슨의 요리 시스템을 이용하는 차량인 것이다.

◇ 왓슨은 IBM이 지난 2007년부터 25명에 이르는 전문가를 투입해 개발한 슈퍼컴퓨터다. 초기 왓슨은 크기도 냉장고 10대 덩치에 이른다. IBM 파워750 서버 90대를 10Gb 이더넷을 이용해 서버 클러스터로 묶었다. 여기에 360 칩 2880 CPU 코어를 갖췄고 램 15TB와 저장공간 4TB 등을 내장했다.

왓슨이 놀라웠던 건 물론 덩치에 있는 건 아니었다. 왓슨은 80테라플롭스, 그러니까 초당 80조 번에 이르는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메모리에는 책으로 따지면 100만 권에 달하는 분량을 담고 있다. 200만 페이지 정도(?)는 3초면 검색할 수 있다.

왓슨이 이 능력을 바탕으로 그냥 인터넷을 검색하듯 자료를 찾는 수준을 벗어나 DeepQA라고 불리는 자연어 처리 능력과 정보 수집, 지식 표현과 논리 추론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문답용 컴퓨터인 것이다. 퀴즈쇼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사회자가 물어보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해 최상의 답변을 제시하는 분석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IBM은 뛰어난 연산 처리 능력을 지닌 왓슨이 요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3만 5,000가지에 이르는 레시피와 1,000가지 화학 향료 화합물을 분석하는 한편 어떤 재료가 서로 잘 어울릴지 왓슨에게 학습을 시켰다.

그 결과 왓슨은 재료와 요리, 지역과 접시 유형 같은 것까지 세세하게 따려 레시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왓슨 요리 시스템은 12∼14가지 재료로 이뤄진 레시피를 놓고 어떤 향료 화합물이 첨가되어 있는지, 재료 조합이 참신한 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IBM은 이를 통해 미래에는 컴퓨터가 맛과 양념이 얼마나 뛰어난지 여부를 판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초콜릿과 커피, 마늘 조합처럼 지금껏 없었던 조합으로 요리를 만드는 시도도 가능해졌다.

IBM은 SWSW 기간 중 요리차량을 행사장에 배치하고 참가자에게 요리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왓슨이 입력 데이터를 놓고 고민해서 만든 레시피를 바탕으로 요리 샘플을 만들게 된다. 왓슨이 요리 종류와 크기, 조리시간 등을 결정하고 알맞은 재료와 레시피를 출력해준다.

현장에서 왓슨에게 받은 레시피로 요리를 한 조리사는 “이제껏 이런 자료 조합으로 요리를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차량 내부에선 IBM 엔지니어가 태블릿을 이용해 왓슨과 대화(?)하는 시스템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요리 지역을 미국 13%, 태국 13% 식으로 각국별 맛을 할당하거나 재료와 요리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창조적인 요리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입력한다.

물론 아직 왓슨이 만들어낼 수 있는 레시피는 단순한 재료 목록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컴퓨터가 맛과 양념을 놓고 좋은 요리인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단계별 설명까지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물론 왓슨이 미래 요리사의 자리를 빼앗을 걱정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왓슨은 독특한 조합으로 레시피를 만들 수 있지만 결국 요리를 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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