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3월 11일 2014년형 TV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LG전자는 이 자리에서 울트라HD(UHD) TV 라인업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개 시리즈 5개 모델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를 7개 시리즈 16개 모델로 확대한 것.

눈길을 끄는 건 가장 작은 화면인 49인치 모델을 200만원대에 예약 판매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행사장에서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55인치 이상 모델을 찾는 소비자는 전체에서 10% 이하라고 밝혔다. LG전자의 라인업 강화, 그 중에서도 50인치 이하 모델은 단순한 기술력 과시가 아닌 매스마켓에 대한 대대적인 공략을 예고하는 것이다.

◇ 40인치대…UHDTV 시장 대추격전 예고=LG전자의 이런 행보는 울트라HD 모델을 지난 2012년 빠르게 출시했지만 다음 행보가 늦었던 점을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현회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은 울트라HD TV의 시장 점유율이 기존 평판TV 수준까지 확대되는 시점을 상반기가 끝날 시점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LG전자 내에서 점유율은 평판TV 15.3%, 울트라HD TV 6.9%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울트라HD TV 점유율을 2배 이상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 역시 울트라TV 판매량이 2013년 195만대에서 올해는 6배 이상 많은 1,267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도 LG전자가 보여주는 행보의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LG전자는 그 뿐 아니라 65인치와 77인치 커브드 OLED TV도 내놓을 계획이다. 커브드와 평면 울트라HD TV 가격 차이를 삼성전자의 경우 20% 가량 두고 있지만 LG전자는 이보다 차이를 더 좁힐 것이라고 한다.

LG전자는 그 밖에 하만카돈과 협업을 통해 음향도 강화했다. 사운드바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설명도 곁들였는데 찾는 비중이 10%라고 했다. 물론 이 10%라는 건 전체 TV 구매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55인치 이상 그러니까 상위 20% 중에서 10%를 뜻한다. 다만 일종의 테스트 시장으로 본다면 추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생각해볼 수 있다.

◇ 웹OS…TV 생태계 경쟁의 신호탄=TV는 오랫동안 대화면과 고화질이라는 2가지 먹거리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울트라HD 시장 주도를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습은 익숙한 장면 그대로다.

익숙함을 덜어내면 LG전자가 이 날 선보인 기술이나 제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웹OS였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TV를 내놓을 예정이고 파나소닉은 지난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4 기간 중 파이어폭스OS를 이용해 차세대 스마트TV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웹OS와 타이젠, 파이어폭스OS의 공통점은 HTML5와 웹 기술을 이용한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손쉽게 스마트TV를 조작하고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는 웹API를 이용하면 다양한 활용도 가능하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3월 HP로부터 웹OS를 인수한 바 있다. 이미 넷캐스트라고 불리던 운영체제를 사용 중이었지만 추세에 맞게 HTML5 기반으로 갈아탄 것이다. HTML5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미 개발되어 선보인 HTML5 기반 앱이라면 손쉽게 웹OS에 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당장 내놓는 웹OS 기반 TV에는 푹(Pooq)과 CJ E&M, 벅스뮤직, 씨네21 같은 6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3월말 자체 장터인 LG 웹OS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미국에선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써본 웹OS는 상당히 부드럽다는 인상이 짙다. TV를 시청하다가 홈 버튼만 누르면 TV 화면을 재생하면서 하단에 메뉴바가 자동 정렬되고 멀티태스킹도 부드럽다. 내부에는 LG전자가 ARM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M14 프로세서를 썼다고 한다.

◇ 몰입도 분산, TV에게 남은 여전한 고민=사실 울트라HD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 예고나 웹OS 같은 건 사실 LG전자가 경쟁사보다 더 잘하냐 잘 하지 못하냐의 문제만 있다. 경쟁 업체 역시 모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TV 시장 자체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다 좋은데 LG전자를 비롯해 TV 제조사가 모두 겪는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가 더 이상 TV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V는 오랫동안 가족을 (적어도 식사시간에라도) 하나로 묶어주는 일통(一統)의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바보상자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TV를 시청할 때 달라진 점이라면 TV 시청 도중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아내는 ‘퍼스널 채널’ 역할을 해주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기만의 채널을 즐기러 방안으로 간다.

이런 현상은 필자의 집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지난 201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TV를 시청하면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써본 비율은 각각 42, 40%에 이른다. TV에 쏠렸던 몰입도가 떨어지고 있다. 개인 채널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난다. 개인화된 모바일 기기가 TV의 아성을 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TV가 예전처럼 소비자에게 ‘100% 몰입도’를 강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웹OS를 선택했더라도 만일 기존 행보처럼 생태계 구축을 통해 TV에 대한 몰입도만 강조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웹OS에 대한 개발자키트(SDK)를 3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더 편하게 즐길 만한 콘텐츠를 그대로 TV에 이식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용자 경험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비자가 TV 하나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컨대 웹OS 기반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앱을 상호 연동해 어차피 멀티 디바이스 시청을 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014년형 TV 발표회는 울트라HD TV 시장을 둘러싼 대추격전을 의미하는 한편 웹OS와 타이젠, 파이어폭스OS 등 운영체제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 본격화를 뜻한다. 다만 TV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역할 변경이나 몰입도 분산, 멀티 디바이스와 스크린 확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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