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대표이사 사장 박정호)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 칩’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자난수생성기(QRNG)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예측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주는 장치다. 이 난수를 암호로 활용하면 아무리 연산이 빠른 슈퍼컴퓨터를 활용해도 암호 해독이 어렵다. 해킹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다.

SKT에 따르면 현 암호체계는 유사 난수를 활용한다. 무작위한 숫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 패턴을 가진 숫자다. 때문에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컴이라면 해킹될 개연성이 높다. 일회용 비밀번호(OTP), 공인인증서 등이 이런 유사 난수를 쓴다.

반면 순수 난수는 패턴 자체가 없어 한층 생성된 암호의 보안성 극대화가 가능하다. 특히 이 강점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빛을 발한다.

예컨대 드론은 기지국과 송수신할 때 암호화한 고유값을 보내는데, 이것이 해킹되면 복호화를 통해 고유값이 탈취돼 제어권을 뺏길 수 있다. 혹여 이렇게 자율주행자동차의 제어권이 탈취될 경우 위험성은 훨씬 커진다.

하지만 보안상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양자난수생성기는 상용화가 어려웠다. 크기와 가격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다수 양자난수생성기가 신용카드보다 크고, 가격도 수백~수천 달러 수준으로 비쌌던 것.

이번 SKT의 양자난수생성기 칩은 두 난제를 모두 해결했다. 크기가 손톱보다 작은 5×5㎜에 불과하고, 가격도 다양한 IoT 제품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 달러 수준으로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이에 향후 상용제품이 출시되면 IoT 기기들의 보안 수준이 한 차원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T는 이미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해야 하지만, USB 형태라면 상용화된 제품에 추후 연결해도 무방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SKT는 복수의 보안 업체와 손잡고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양자암호통신(광통신) 등의 부문에서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T는 지난달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개발, 세계적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참고로 오는 2025년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이 약 1조4,000억원, 글로벌 시장은 약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T 박진효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는 중요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암호의 중요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집중했다”며, “향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성환 기자  shb9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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