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 김은경)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3000㏄급 경유차를 조사한 결과, 아우디 A7 등 14개 차종에서 불법 소프트웨어의 적용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불법 소프트웨어는 ‘이중 변속기 제어’와 ‘실제 운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기능 저하’ 등 2종류다.

이중 변속기 제어는 운전대 회전각도가 커지면 이를 실제 운행 조건으로 인식해 변속기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가동률을 인증시험모드와 다르게 제어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4년 6월 사이 판매된 아우디 A7(3.0L), A8(3.0L), A8(4.2L) 등 3개 차종에 적용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차량들은 배출가스 인증시험이 실험실 내에서 조향장치(운전대)의 회전 없이 진행되는 점을 이용했다. 즉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정상 가동돼 질소산화물(NOx)이 실내 인증기준(0.18g/㎞) 이내지만 조향장치가 좌우로 움직이는 실도로 주행 조건에서는 정상 가동되지 않아 NOx가 실내 기준의 11.7배(2.098g/㎞)나 배출됐다.

또 실제 운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기능 저하는 인증시험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가동률을 높이고, 이후부터 가동률을 지속 낮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질소산화물 환원장치(SCR)를 장착한 유로6 차량의 경우 환원장치의 질소산화물 저감효율을 조기 상승시킬 목적으로 배기가스온도 상승 제어 방식이 적용되는데, 이 방식이 시동 후 약 1,100초 동안만 작동되도록 프로그램화했다.

이 프로그램이 장착된 차량들은 인증시험 중(1,180초 주행)에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이 높지만 이후에는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져도 이 방식이 작동되지 않아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이 30∼40% 정도 낮게 유지된다.

다만 유로6 기준의 아우디 A7과 포르쉐 카이엔 등에는 질소산화물 환원장치가 추가 장착돼 있어 실제 운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지 않는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에 적용된 방식은 독일 정부에서도 지난해 임의설정으로 판정, 판매정지와 결함시정(리콜)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에 이 프로그램 적용 차종으로 적발된 모델은 아우디 A6·A7·A8·Q5·SQ5,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등 11개 차종이다.

환경부는 지난 3월 두 불법 소프트웨어 적용에 관해 자동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했는데, 참석자 모두가 임의설정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4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에 조사 결과를 통보하고 이미 판매된 14개 차종 1만3,000대에 대해 전량 결함시정 명령과 행정처분 계획을 알렸다.

양사는 결함시정 명령일부터 45일 이내에 결함발생 원인과 개선대책 등이 포함된 결함시정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10일간 양사의 의견을 청취하고, 4월 중 과징금 부과 및 인증취소(판매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과징금은 향후 수입사 제출의견 검토와 매출현황을 토대로 확정·부과되며 최대 14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의설정은 인증취소(판매정지) 대상이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해당 차종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지난 1월 인증서를 모두 인증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교통환경연구소)에 반납한 상태여서 실제 인증취소 처분은 내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그동안의 국내 임의설정 조사 결과와 해외 사례를 종합 검토해 올해 내 임의설정 판정 안내서(매뉴얼)를 마련하는 한편 향후 자동차의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에 더해 배출가스 제어 방식에 대한 검사를 강화함으로써 임의설정 검사방법을 개선할 방침이다.

주길태 기자  gtjoo82@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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