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극히 제한적인 실험결과만을 근거로  ‘바이러스 99.99% 제거’, ‘세균 감소율 99.9%’ 등의 표현을 사용해 광고해온 7개 사업자에 대해 제품의 실제 성능을 오인시켰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9일 광고표현의 실생활 환경과의 관련성, 실험조건의 타당성, 광고매체, 매출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웨이, 삼성전자, 위닉스, 청호나이스, 쿠쿠홈시스, 쿠쿠홀딩스, 에어비타에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총 15억6,3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LG전자는 위반행위 정도가 경미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없이 경고 조치만 취해졌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사업자의 광고표현이 소비자에게 전달된 인상을 기준으로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이 있을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이며, 광고에는 소비자의 오인을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의 제한사항(disclosure)이 상세히 기재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과 관계자는 “7개 사업자는 공기청정 제품의 바이러스, 세균 등 유해물질 제거 성능에 대해 실험결과라는 사실 자체를 은폐했거나 극히 제한적 조건에서 실험했음에도 실험조건을 은폐하고 실험기관의 명칭만 기재했고, 실험결과인 99.9% 등의 수치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해물질 제거율 측정을 위한 공인된 실험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공기 중 유해바이러스 제거’, ‘강력 살균’, ‘집안 공기를 천연 공기로’ 등의 표현으로 실생활에서도 실험 결과와 유사한 성능이 발휘될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시정조치 근거를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사업자가 제시한 99.9% 등의 실험결과는 사실이지만 실험조건은 소비자의 일반적 제품 사용 환경과 현격한 차이가 있고, 결과 또한 특정 실험조건 하에서만 달성 가능한 것에 불과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정위는 “본 제거율은 실험조건이며, 실 사용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등 관행적인 제한사항 기재만으로는 광고가 궁극적으로 전달한 제품 성능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을 제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과 관계자는 “이번 심의는 광고표현의 문언상 진위를 넘어 소비자에게 전달된 인상을 기준으로 광고 실증의 타당성을 본격적으로 심사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제품의 성능·효율·효능을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지속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이번 법 집행을 계기로 제한사항의 기재가 필요한 광고의 경우 소비자 오인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창환 기자  shineos@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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