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에 대한 경찰의 압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죄가 있으면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을 언론에 미리 흘려서 유죄를 추정케 하고 여론전을 전개하는 등 황 회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측에서는 KT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바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3년간 총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4억4,190만원이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나머지 7억여원도 정산과 회계감사 없이 보좌진들의 골프 등 접대 명목으로 사용했으며 일부 의원실의 경우 KT에 협찬이나 보좌관 등의 KT 취업을 요구해 실제 취업이 이뤄지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것이 경찰측의 판단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0일 황 회장 등 KT 경영진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보완 수사를 지휘했다.

황 회장 등에 대한 영창 청구단계에서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현재까지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정치인과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결정하고 영장 청구를 보류한 것.

금품을 준 공여자와 금품을 받은 수수자가 있다면 쌍방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피조사기관의 입장 배려도 필요해

둘 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사기관 측의 입장만 생각한 것이고 피조사자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

재계에서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KT 회장 자리는 전리품처럼 정치권이 챙겨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법적 근거를 들며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짚고 있지만 사실 속내는 검경을 동원, 회장자리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무죄 추정의 법적 보호장치는 온데간데없고 기업으로서는 대외적 이미지 추락과 함께 심각한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KT 안팎에선 이 문제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업인이 잘못한 것은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혐의가 있다고 회장까지 바로 구속하려드는 것은 ‘새 정권 차원의 회장 교체’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행처럼 해 온 정치기부금 실태를 그냥 두고 재수없는(?) 기업만 걸린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일단 혐의를 내세우고 아니면 말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이 취임했을 때, 당시 KT 대표이사(CEO)였던 남중수씨와 이석채 씨는 연임된 상태임에도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말을 보자.

남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징역2년·집행유예 3년 판결을, 이 전 회장은 2013년 11월 배임·횡령 혐의로 들어갔다가 무죄로 풀려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리더는 교체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검경은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

어찌되었든 황 회장의 운신은 훨씬 좁아졌다. 5G 확산과 글로벌 경쟁체제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여 세계시장 선점을 노리던 KT로서는 이만 저만 손실이 크지 않다. 불구속 기소라도 되면 경영진의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검찰의 보완수사 판단을 두고 KT를 검경 수사권 조정 싸움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 그래도 양측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전면전 직전의 모습이고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도 벌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속담에 ‘오이밭에 가서 신발끈을 고치지 말라’는 말처럼 검경이 앞장서서 KT 문제에 몰입하고 있다는 인상은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전초전은 당연히 안될 말이다.

이 모든 문제가 ‘법대로만’ 하면 아무 탈이 없는 법이다.

백용선 기자  arbutus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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