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 20% 이상인 비상장사에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라 공정위의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트룩시마(리툭시맙) △허쥬마(트라스트주맙) 등 3가지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겨주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다시 국내외에 판매한다. 이런 구조로 인해 셀트리온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즉 내부거래 비율이 99%에 이른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되더라도 그 이면의 구조를 봤을 때 모든 일감 몰아주기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셀트리온의 주장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규제되는 이유는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일감 수주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 구조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일감 몰아주기 자체를 규제한다기 보다는 사익편취, 혹은 사익편취가 되는 일감 몰아주기가 규제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 시장의 환경상 투자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감 몰아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셀트리온은 이런 경우 사익편취를 위한 목적으로 계열사를 두어 일감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일감 수주 경쟁기업이 거의 없어 일감 몰아주기가 시장의 경쟁 구조를 침해한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사실 셀트리온은 지금이야 코스닥 대장주로 명성이 높고 ‘바이오 시밀러’로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셀트리온이 국내 바이오 벤처 시장을 개척하던 당시에는 셀트리온에 투자하려는 회사가 없었다. 지금도 셀트리온은 국내 기관 투자가 없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15년 전 바이오 관련 자본 시장 환경에서 바이오 벤처의 개척자인 셀트리온이 수천억원을 넘는 개발비를 투자받기 위해서는 합작을 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렇게 투자 유치를 위해 만든 바이오 제약 개발·유통사가 바로 셀트리온헬스케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아이온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 설립됐다. 그리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면서 자연스레 내부거래 형태가 이뤄졌다.

애초에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세워진 계열사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과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세워진 공동개발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일정부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셀트리온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들로 셀트리온의 자회사인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이 있다.

이중 티에스이엔씨는 환경시설장치와 폐수처리장치 제조, 공장관리인력파견 등 액체 여과기 제조업체로 서정진 회장의 친인척인 박찬홍 씨와 최승희 씨가 각각 지분 70%, 30%를 보유하고 있다. 환경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 티에스이엔엠의 경우 티에스이엔씨가 지분 60%, 박찬홍 씨가 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티에스이엔엠의 내부거래 비중은 100%로 매출 72억8,300만원을 셀트리온으로부터 시설관리 명목으로 올렸으며,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100% 현금을 지급받았다. 티에스이엔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50.1%로 자회사 티에스이엔엠과 셀트리온제약으로부터 각각 30억원, 1억원을 전량 수의계약을 통해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할 당시 국내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의약품 환경 엔지너어링, 약품 분리 수거, 청소 등의 업무를 맡길 회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형태가 된 것이니 만큼 양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역시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이뤄진 여타 기업들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공정위의 뜻을 이해하고 따를 것이라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관련 회사들의 합병이나 일감 분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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