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여년 동안 ‘신용과 의리’를 그룹의 기본정신으로 지켜온 한화에 ‘책임’이 더해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3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내 부사장급이 담당하던 커뮤니케이션팀(최선목 팀장, 부사장)을 개편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 내 비중이 커져 이제는 사장급(최선목 위원장, 사장)이 담당한다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선진국 기업에서 이른바 평판관리라고 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선진국 기업 내에서 이를 전담하는 직책은 CRO(최고평판관리자)라는 직책이다. CRO는 여러 C급 최고책임자들을 아우르며 CEO와 맞먹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포브스 등 외신들은 CRO, 평판(명성)관리조직을 설명하며 디지털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과거와 같은 여론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바로 인터넷, 디지털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과거 이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내 조직이 대외협력팀이다. 대외협력업무 역시 기업의 부사장~사장급이 담당한다. 대외협력은 주로 정부기관, 지자체, 언론사 등 여론 상층부, 오피니언리더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기업의 브랜드를 관리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 대중 소비자들의 여론 형성 활동이 활발해지자 이처럼 상층부에서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여론 관리, 브랜드 관리, 위기 관리만으로는 제대로 관리의 효과가 나오지 않게 됐다.

이제는 여론의 상층부가 아닌 여론의 밑바닥에서 올라가는 여론 관리 활동이 더 중요해졌다. 소비자 개인, 개인들과의 1:1 멀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중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기업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변화된 여론 환경에서는 매개체 없이 소비자 대중과 직접 접촉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가 매우 중요해진다.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역시 이같은 업무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대외협력업무도 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의 행보를 이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평판관리 활동의 강화 차원에서 보면 일관된 행보가 확인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서 “그룹 내 상시 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한화그룹 내 상시 업무 종사자 총 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문 대통령과의 약속,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전통적인 대외협력이라기 보다는 전략커뮤니케이션, 평판관리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정규직 전환 이슈의 평판관리적 측면,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의 측면도 있거니와 한화그룹이 대통령과 한 약속을 국민들 앞에 상세히 공개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이같은 평판관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김동관 전무가 한화그룹의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화그룹 전체적으로 이같은 평판관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김동관 전무의 그동안의 언행이 이와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동관 전무는 지난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해 다보스포럼에서 기업의 이타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김동관 전무는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기업 지도자들이 실질적 이익보다 기업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만족감과 기업가치가 직원의 사기를 붇독는다”고 말했다.

김동관 전무가 태양광사업에 착수했던 2010년대 초는 태양광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으며 그룹 내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타주의 경영철학을 통해 김동관 전무는 한화그룹 내 태양광사업을 안정화시키며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까지 끌어올렸다.

김동관 전무가 이끄는 한화큐셀은 지난 2월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을 잡(JOB)아라'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3조 3교대, 주 56시간 근무제를 4조 3교대, 주 42시간 근무제로 전환하고 필요한 신규인력 50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고용 증대 및 고용조건 개선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한 내용이며 평판관리, 커뮤니케이션위원회의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당장 커뮤니케이션팀이 커뮤니케이션위원회로 개편했다고 해서 인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라는 명칭에서 보듯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평판관리 활동을 하나의 팀이 아니라 그룹 내 여러 관계 부서들과 협업하여 그룹 차원에서 신뢰받는 기업, 책임지는 기업을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평판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트랜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 트랜드를 선도해가고 있는 한화그룹, 한화큐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