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린 이후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저소득층,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대책을 마련하지만 그 대책들이 모두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정책, 돌려막기식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보고서도 10.9%나 또 상승시킨다니 앞으로 부작용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상황이 이쯤되니 정책담당자들은 정책의 잘못을 애먼 곳으로 돌린다. 건물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서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것이지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인 것뿐이라는 논리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아르바이트생의 평균 임금이 조금 더 올랐다는 시각도 그런 견지에서 만들어진 논리다. 물론 통계의 착시다.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이 필요한 사업장은 폐업을 하고 최저임금 이하로도 노동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 노동자는 취업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복지바우처와 사회적안전망확대로 해결할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다.

그리고 정부는 다시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만지작거린다. 이를 바라보는 카드사의 심정은 착찹하다. 몇몇 카드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카드사들은 당장에 수수료율 인하 이슈에 대해서는 다들 말을 아끼고 있었다. 

수수료율을 더 떨어뜨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에 카드사 관계자들은 “일단 해당 문제를 논의 중이나 현재로서는 어떤 입장을 표명할 계제는 못된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면 카드사는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 것인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카드사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을 쓰고 전산장비, 마케팅 비용을 부담한다. 그것을 수수료로 충당한다.

카드사용자와 가맹업자들이 상호 이익을 보고 선택한 것이다.  왜 지금 갑자기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심각해졌을까? 카드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카드사들은 인건비를 떨어뜨리고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다시 시장에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카드사의 각종 제휴, 혜택이 줄고 그만큼 소비가 대폭 줄어든다.

수수료가 인위적으로 인하되면 국내 카드사들이 이익 보전을 위해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한다는 논리는 실제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 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카드사별 부가서비스 축소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국내 8개 카드사가 축소하거나 아예 없앤 부가서비스는 총 372건에 달했다.

국내 8개 카드사가 카드사별로 40여건에서 70여건의 서비스를 줄였다. 시장선도적 사업자일수록 수수료 인하의 부담이 커서 더 많이 줄였다.

이 기간동안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2억~3억원)은 2.0%에서 1.3%로, 일반가맹점(3억원 이상)은 2.12%에서 2.09%로 각각 인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약관에 따라 기존 서비스를 최소 3년간은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축소가 당장에 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정부 개입에 의한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가 카드서비스 축소를 불러오고 전체 시장을 더욱 불황으로 만든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려고 하는 이유가 총수요가 부족한 신경제 시대에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쓰는 것은 정책의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시장 경쟁과 혁신을 통해서 이뤄져야 소비 증대, 소득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지 않고 인위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을 개입, 조작하면 부작용이 더 커진다.

사실상 이제 더 이상 수수료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검토에 “카드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정책 결정에 카드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큰 듯 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