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법무부와 함께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일부 권한을 검찰과 나누기로 밝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검찰의 수사조정 권한이 물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분야는 경성담합(hardcore cartel)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경성담합은 기업의 독점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담합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중 1호(가격답합)·3호(공급제한)·4호(시장분할)·8항(입찰담합)에 해당된다.

이 조치에 따라 검찰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자진신고자 1순위에 시정조치와 과징금, 검찰 고발을 면제해주고 2순위엔 50% 수준의 면제를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자진신고자에 대해 형사처벌 면제나 경감 등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신사업자의 시장진입 기회 자체를 박탈하지 못하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이를 본격 감시하고 규제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번 합의안이 나오면서 검찰은 대기업 수사에서 공정위 고발 없이도 더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여기에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며 검찰이 피의자와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하는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 기업 부담은 훨씬 커졌다.

그러나 공정위와 검찰의 '더블 펀치'가 가능해지면서 기업 규제와 이중 수사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를 권한 축소라는 명분으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이것은 검찰 권한의 축소를 공론화해 온 정부의 방침과 역주행하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늘 기업을 고발해야 하고 감시해야 하는 범법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으로 소비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과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검찰의 오랜 관행인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한층 강화될 우려가 커졌다.

기업 입장에선 국세청의 세무조사만 받아도 휘청거릴 정도가 된다. 여기에 그동안 공정위만 상대하면 되던 기업이 검찰의 눈치까지 보게 생겼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의 삼박자 규제가 가해질 판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금감원, 관세청, 경찰청 등 기업에 이런 저런 규제를 비공식적으로 가할 수 있는 기관이나 부처도 수두룩하다.

이 가운데서도 검찰의 ‘별건 수사’ 우려와 압수수색 남발, 과도한 영장 청구 건은 실로 염려되는 부분이다. 압수 수색 영장은 관련 사건만 뒤지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지키기도 어렵고 지키지도 않는다. 때문에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주의 모든 경제행위를 다 들여다 보고 이를 저금하듯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규제인가?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 아니란 말인가?

기업에게는 조삼모사,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문제

정부는 기업이 잘못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법집행으로 규제하고 나머지는 다 풀어주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는 권한 축소가 아니라 권한 나누기이다.

정부는 일자리 축소, 실업률 고공행진, 중소 자영업자의 몰락 등에 대해 더 고민할 일이지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대기업 집단을 더 이상 범법자 취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이번 공정거래법이 여당과 공정위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후유증은 심각해 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하면 속은 시원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속 시원하다고 벌인 적폐청산의 일들이 그동안 죽도록 일해 온 국내 기업을 내쫓고 남의 나라 기업만 좋은 일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공정위와 여당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1일 공정거래법 개편 당정협의를 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모두 20%로 일원화하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 법인(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가운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이번에 30% 한도를 20%로 낮추자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규제대상은 크게 늘어난다. 한 경제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개정안대로 규제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면 20%가 넘는 총수의 지분 매각도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왜 이것이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총수 지분의 축소로 글로벌 경제체제 안에서 적대적 M&A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그동안 시너지 효과를 내던 그룹사의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여기에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은 국내에서 대기업과 재벌 총수들에게 일거 창출과 국내투자를 요청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국내 투자와 일거리 창출을 방해하는 격이다.

자칫 규제 일변도의 공정위 개정안으로 인해 대기업군의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국내 시장 철수를 촉진하게 될까를 염려하는 재계의 고민을 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용선 기자  arbutus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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