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Lab (사진=픽사베이)

[테크홀릭] 바이오·제약 업계의 R&D무형 자산에 관한 회계처리 기준을 정부가 완화할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어 바이오·제약업계가 조속한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바이오·제약 업계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서 “바이오제약 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선진국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관행을 모든 국내 기업에 즉각적으로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 금융당국이 선진국 기준에 맞춘 회계처리의 투명성과 적절성을 문제 삼은 이래 그간 바이오 제약·업계에서는 회계 이슈가 업계의 재무적 불안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올해들어 금융감독원이 소위 ‘테마감리’라는 명분으로 바이오 제약 등 특정 산업 분야의 회계관행을 비판하며 “국내 기업들의 개발비는 연구단계와 개발단계의 구분이 명확치 않아 무형자산 인식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과도하게 자산을 인식하는 등 회계 처리에 자의성이 많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회계 적절성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발표 뒤에 바이오 제약 시장의 주가는 폭락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이 선진국 기준의 회계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을 계기로 지난 2분기 말, 다수의 바이오 제약기업들이 기존의 회계 보고서를 다시 보수적으로 재작성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오 제약 산업이 이제 막 성장하려는 한국적 상황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회계 기준은 결국 산업의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자 결국 금융당국도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부위원장의 방침에 대해 업계는 기본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회계기준을 마련해주지 않아 아직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면서 금융당국에 조속히 회계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한국채택 국제 회계 기준(IFRS)은 무형자산의 경우 연구활동에 대한 지출은 발생 시점에 비용으로 처리하고, 개발활동에 대해서는 기준서가 정하는 사항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관련 개발비(무형자산)를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회계기준을 완화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최근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경우 자산화를 수용하고 2상인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자산화 수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개별 기업의 특별한 사정에 맞는 개별적, 탄력적 기준을 선호한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이렇게 어떻게든 국제 회계 기준보다는 완화된 기준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제약 산업의 특수성을 금융당국이 고려해야 한다”며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며 또 신약 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타 산업 분야와 다른 바이오 제약산업의 특수성”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의 특성상 오랜 연구 개발이 필요하고, 또 한국적 상황에서는 투자가 저조한데 연구 개발과 관련한 회계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히 잡으면 성과를 내기에 필요한 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산화 기준에 대해 업계의 재량권을 보다 많이 인정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간담회에서 김용범 부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어느 시점에서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감독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회계처리와 외부감사 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감리 결과 중대·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지만 회계 기준의 모호성 등에 따른 회계 오류에 대해서는 개선 권고나 시정 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감독 방식에 대해서도 “제약·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제재 목적이 아닌 ‘대화와 지도’ 방식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TF」 논의 결과와 함께 9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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