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UN과 미국 트럼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테크홀릭] 말 많고 탈 많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뉴욕에서 한미 FTA 개정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골자는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에 큰 양보를 해주는 대신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 ISDS)의 개선, 미국의 무역구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 등 절차에서 약간의 이익을 봤다. 한국이 본 이익은 실질적인 교역 내용이 아니며 다른 외국들에 비해 특별히 이익을 보는 내용도 아니기에 사실상 이번 FTA개정 협정은 한국의 완패라고 할 수 있다.

외신들의 평가도 미국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무역체제를 다시 짜면서 미국에 불리한 조항을 배제하기 위해 개별국가 단위로 각개격파식으로 협상하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한국이 철강 수출을 제한하고 더 많은 자동차를 수입하는 무역협상 개정 합의로 미국의 압박에 가장 먼저 무너진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세계무역질서 재편을 위한 첫 메이저 협상 대상국이 되어서 본보기식으로 당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양보해준 내용 중 자동차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다시피한 협정이다. 자동차는 산업의 연관효과,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라 그만큼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우선,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 부과가 2021년 철폐될 예정이었으나 20년간 연장해 2041년 철폐하기로 변경했다. 이 양보는 한국자동차 산업에 매우 큰 피해를 준다. 여권에서는 한국이 그동안 픽업트럭을 미국시장에 수출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이익과 손해는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쌍용차 픽업 트럭 (사진=쌍용자동차)

미국 픽업트럭은 단순한 화물차량이 아니다. 사실상 SUV와 큰 차이가 없는 미국의 대중적인 차다. 2018년 초 미국 자동차의 15%를 픽업트럭이 차지하고 있다. 2013년 210만대 규모에서 현재 연간 약 260만대 정도가 판매될 정도로 매년 시장점유율 성장속도가 빠르다. 픽업트럭 품종 하나만으로도 한국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더 크다. 그런데 관세를 향후 20년간이나 유지한다면 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해오지 않은 것도 아니다. 픽업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쌍용자동차는 25%의 관세는 극복하기 어려운 핸디캡이라며 미국 픽업차 시장 진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또 현대차도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개발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극복방법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미국에서 픽업트럭 공장을 가동하는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 미국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기존 2만 5천대) 한국에 수출 △ 철강 대미 수출 물량 축소로 최근 3년간 평균의 70%선 축소다. △ 자동차연비, 온실가스 기준 설정 시 미국 규정 고려해서 2020년까지는 현생 기준을 유지하되 2021년부터는 미국기준에 맞춰주기로 하는 등 한국에 극히 불리한 내요용으로 협정이 이뤄졌다.

철강부문은 문재인 통상팀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으로 쿼터를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사실 관세는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쿼터는 극복할 수 잇는 방법이 없다. 물론 최근에는 트럼프로부터 철강쿼터 제한의 '품목 예외' 의 가능성을 허여받긴 했지만 예외가 인정되는 물량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끼친다는 꽤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관세가 대거 부과될 가능성도 잠복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의 관세가 적용된다면 매년 현대자동차는 2.79조원, 기아자동차차 2.77조원의 관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부회장은 정부의 남북경협 초청을 사양하고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미 통상관계자와 면담, 협상을 하러 떠난 것이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면담을 마치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바 있다. 딱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늦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동차,철강 등 국내 제조업계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규제를 줄이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미 한미 FTA는 개정돼버렸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무역확장법의 발동만은 막을 수 있도록 정부 외교통상팀이 힘을 써야 한다. 무역확장법은 통상이 외교와 같이 어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