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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국민연금, 기업 경영에 지나친 간섭...오너십 옥죄는 독약 우려

[테크홀릭]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가 드디어 대기업주 재선임 반대를 표명하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자 재계의 우려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재계는 이번 국민연금측의 행동 돌입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국민연금측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주총에 상정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과 대표이사 연임안은 찬성 64.9%, 반대 35.91%로 부결되고 말았다. 2.6%의 지분을 더 모으지 못해 경영권 수성에 실패한 것이다.

전문위원회는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56% 보유하고 있어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로써 주주 22%가량이 같이 행동하면 조 회장 연임은 불가능해지는데 오늘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당장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설마 20년 아성이 무너질까’에서 ‘진짜’로 무너진 것이다.  

조양호 회장도 잘한 것은 전혀 없다.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 인하대병원 앞 사무장 약국 운영으로 건보재정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챙긴 혐의 등만 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여기에 밀수, 탈세 등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가족들이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며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조양호 회장은 아직까지 무죄다.  가족들의 갑질은 갑질대로 의율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도덕성 문제,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의 경영에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개인적인 집안일을 문제로 회사 경영권을 좌지우지 해서 도대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

이제 문제는 실질적인 오너가 빠진 상태에서 기업의 M&A나 대규모 투자, 기업 경영의 절박한 선택 순간에 과연 새 경영자가 소신껏 투자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일단 대한항공은 조원태 체제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 온 리더십이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를 가동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리스크가 커진 모습이다.

법적으로 죄를 지으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 재판 중이고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자신의 기금 고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다 수익률은 바닥인 것은 내팽개치고 남의 불을 끄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다. 

국민연금은 여기에 지난 26일 국민연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결정을 내렸다. 또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는 등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27일 종로구 SK빌딩에서 제28차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고 국민연금 반대에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사실 국민연금도 주주이므로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고 표결도 할 수 있다. 선진국들 대부분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연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다. 선진국들은 연기금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연기금을 운용하고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자는 정부와 무관한 제 3자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정치적 독립성이 전혀 없다. 즉 정부가 연기금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정치적 독립성이 없는 연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연기금 사회주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권의 입맛에 따라 민간기업의 경영방침이 달라지고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면 이러한 불안정성에 누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누가 마음놓고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연유로 한국형 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연기금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한 뒤에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 

재계는 이번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권 적극 행사에 반대하는 표정을 확실히 했다. 오너 리더십이라는 것이 있는데 자기 지분을 갖고 책임경영을 하려는 경영자를 흔들어대면 정상적인 오너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역시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좋지만 경영권에 과도한 간섭이 이어져 기업 성장과 존속에 해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국민들도 국민연금이 자기 할 일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의 수입을 가져 가 손해를 끼치는 국민연금의 투자 실패에 대해 절대 묵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야 말로 국민연금 경영자에 대한 국민 고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국민연금측이 분명히 인식할 때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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