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정책 종합
한국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염려, 재계와 정부 공방 가열

[테크홀릭] 조선일보가 4월 29일자로 게재한 "반도체 노하우 통째 中에 넘기는 自害 산안법"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기사에 맞서 정부가 기사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을 공시하자 재계의 관심은 과연 누구 말이 맞는지, 정말 반도체 핵심 기술이 넘어가게 될 것인지를 염려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안법 관련 조항은 2021년부터 시행된다. 이들은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수입한 모든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안전·보건 관리체제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춘 ‘100명 이상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40억원 이상 현장’의 과태료 감경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50명(10억원) 이상 100명(40억원) 미만 사업장의 부과비율은 현행 80%에서 90%, 10명(3억원) 이상 50명(10억원) 미만인 사업장은 70%에서 80%, 10명(3억원) 미만인 경우 60%에서 70%로 각각 과태료 부과비율을 상향했다.

이것은 중소 영세사업장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또 중대재해 또는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과태료 부과 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감독에서 위반사항 적발 시 곧바로 ‘3차 위반’에 해당하는 과태료 금액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제재가 강화된 면이다.

문제는 화학물질 정보 제공이다

이 중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제공의무가 한층 강화된 점이 눈길을 끈다. 개정안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제공하지 않은 경우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500만원 등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보다 열 배 강화했다.

여기에 기업이 쓰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제출하는 '산안법'이 입법예고된 데 대한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핵심 화학물질의 내용도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반도체 노하우가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개정 산안법에서는 화학제품의 모든 구성성분의 명칭을 MSDS에 기재하던 것을 국제기준과 같이 유해‧위험한 화학물질의 명칭만 기재토록 하고 유해성 미분류 화학물질의 명칭은 정부에만 제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화학물질 명칭 등을 영업비밀로 비공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MSDS에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으며 이러한 내용이 원활히 시행되도록 구체적인 사항을 담은 산안법 하위규정을 입법예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아무리 기업 비밀을 지켜준다고 공언해도 부정부패 공무원들이 존재하는 이상, 특정 기업이 사용하는 핵심 화학물질의 리스트나 내용이 넘어갈 우려는 상존한다고 보는 것이다.

추격자 그룹은 언제든지 선진 기술업체의 기밀을 염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걱정말라고 공언해도 공염불이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에 그칠 뿐이다. 왜냐 하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도 그런 식으로 미국의 노하우를 적지 않게 얻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철강 제련과 열연 냉연 등의 화학물질 사용도 엄격한 비밀이지만 누출되면 금방 기술이 따라잡힌다. 화학과 제약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토록 하는 규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정부의 명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켜줄 것은 지켜주어야 마땅하다.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산안법 관련 조항은 2021년부터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모든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지난 번 삼성반도체의 경우처럼 노조나 특정 단체가 정보를 공개 청구하면 일일이 거부하기 어렵고 판례가 하나라도 나오게 되면 겉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공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가공 전자 화학 제약 철강 화공업계는 비상상태다. 수입 물질을 쓰는 기업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라고 정부가 나섰다가 자칫 국제 분쟁이나 수입 중단이 생길 우려도 나온다.

기업에선 가뜩이나 반기업 정서가 넘치는 정부에서 이 법안이 입법예고되어 진보적 판결을 줄줄이 내고 있는 사법부가 정보 공개에 손을 들어줄 확률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를 염려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정부는 그럴 염려가 없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영업기밀이 유출될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작업중지 명령

한편 여기에 작업중지 명령에 대한 염려도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금까지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 요건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였으나 개정법에서는 “산재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로 변경된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배려한 조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 안 모두가 인위적이고 적용 한계가 모호하다. 도대체 중대재해라는 것이 어느 선까지인가.

개정법에서는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 범위를 “해당 작업” 또는 “동일한 작업”으로 하고 전면 작업중지는 “토사·구축물 붕괴, 화재·폭발, 유해·위험물질 누출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런 일련의 사안들이 기업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변경된다는 점은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공정거래법 개정안만 해도 공정위만 행사하던 고발권을 검찰에까지 확대하는 안을 포함해 검찰이 권한 축소가 아니라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국 검경찰의 별건수사 문제는 이미 가장 최악의 합법적 수사형태로 소문 나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지 말라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A 그룹의 기획실장은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산업부 고용노동부 검찰 환경부까지 강력한 기업 통제에 나설 상황이 전개될까 염려스럽다”면서 “기밀 유출을 염려하지 말라는 정부의 발표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토록 높아지고 있는 데도 주무 장관들이 나서서 이를 들어주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의 겸허한 경청이 필요한 때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재미있는 테크월드 세상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