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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사회 의장 구속, 기업의 탈한국 부추기나?

[테크홀릭] 삼성이 노사 문제로 이사회 의장 등이 법정 구속되면서 사실상 무노조 경영이 깨졌다. 재계는 사법부가 친노 성향의 정부와 발맞춰 가는 이번 재판으로 노조 왕국을 실현하게 됐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설립·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날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수많은 문건이 발견된다"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노조전략·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 동향 보고, 회의자료, 보도자료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한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이를 일일이 열거하며 지적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이번 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진 구속에 이은 사법부의 강력한 처벌에 몹시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이날 재판부는 기소된 삼성그룹 및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7명을 법정 구속했는데 이 역시 초유의 사태다. 본 때를 보이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삼성측의 연말 이사회 의장의 구속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계획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측의 사과문 발표는 무노조 정책의 변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이 문제와 관련하여 입장문을 내고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히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들 회사는 자사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재계는 이번 판결과 사과문에 대해 두 가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 가지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1938년 창립 이후 80년 넘게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지만, 최근 노조 관련 재판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16일 한국노총 소속 삼성전자 노조가 공식 출범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 한 가지는 무노조 경영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현 정부 정책이 그대로 사법부에 전달된 감이 없지 않아 앞으로 무노조 경영정책 자체가 무너지면서 온 나라가 노조 왕국이 될 것이라는 염려다. 기업은 조직원이 동의하면 무노조 경영도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양대 노조 시대에 앞으로 이런 기업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무노조경영이 무조건 불법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정책방향으로 인해 노동정책의 유연성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 분명해졌다.

재계 원로들은 결국 이번 재판이 법적으로는 친노조 성향의 정부가 승리한 것처런 보일지 모르나 사실상 정부나 국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노조가 강성으로 치달아가는 나라에서 더 이상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힘들어지면 대한민국 기업의 탈출러시가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미 이것은 선진국 대기업들이 보여준 수많은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반기업 정서, 한반도 탈출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

자국 기업의 탈출을 애국심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이익이 줄 것같으면 지구 끝이라도 달려가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기업 탈출이 러시가 되고 심리적 불안감에서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반기업 정서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 유독 가혹하다. 이 정부가 양대 노조에 생산성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재계 원로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저 근로시간 준수에 최저 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급여가 올라갔을지는 몰라도 노동자의 근무 방식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재계의 생각이다.

가만히 앉아 시간만 때워도 급여를 줘야 하는 기업경영자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노동정책의 우선순위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것이 재계의 지적인 것이다.

재계 노동전문가들은 기업과 노조를 서로 적으로 평가하는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의 위축은 눈에 보듯 뻔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최선두 기업인 삼성그룹 산하 기업들을 이렇게 위축시키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지도 묻고 있는 것이다.

노동 정책 입안자들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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