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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자녀승계 포기로 ‘뉴 삼성’ 변화 선언100년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방침 폐기 공식화

[테크홀릭] 삼성준법감사위원회의 거듭된 사과 요구를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이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은 자녀 상속 포기라는 과감한 선언을 던지며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순식간에 국면을 전환시켰다.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사과의 수준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사과문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자녀 승계 포기다.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은 6.25 전쟁 중에 삼성물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50년대 초반이니 벌써 70년 전의 일이다. 더 앞으로 가면 협동정미소를 세운 것이 1936년. 삼성상회를 설립한 것이 1938년의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37년까지만 현역에서 일하면 무려 100년 기업의 전통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4세 경영자의 틀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그것을 자신의 대에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기업 총수로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임은 틀림없는 일이다. 누가 100년 전통의 가계 기업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삼성은 이제 한 가계가 끌고 갈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훨씬 넘어서버렸다.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초 메가 컴퍼니가 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거대 조직을 이끌 차세대 전문경영인을 구하고 적법하고 아름답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자녀 승계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 선언으로 인해 그를 둘러싼 온갖 잡음을 잠재웠다. 어떤 비난도 자녀 상속 포기라는 강력한 선언 앞에선 무기력해지고 만 것이다. '재벌 승계'라는 한국 대기업 문화와 결별하고 시대적 요구와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영 비전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둘째, 무노조경영 포기다. 이미 여러 번 삼성 측이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총수가 하는 말은 무게감이 다르다.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은 선수를 빼앗겼다고 한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적법한 노조활동을 보호하고 지켜가며 상생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으니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 만천하와 언론과 양대 노조가 지켜보고 있는 2020년대에 허언으로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이 부회장은 노사 문제와 관련 '무노조 경영'이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을 직접 확인했다. 또한,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이것은 더 이상 무노조경영과 관련하여 비난받을 소지를 아예 없애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해 12월 19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공동 명의로 과거 노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을 약속한 바 있었다. 이번에 이 부회장이 직접 소신을 밝혔으니 두말할 필요 없이 노사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셋째, 삼성이 성장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모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일대 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뉴 삼성 선언이다.

삼성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2개월 간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를 준비하면서 일반의 예상만큼 하는 것은 아니함만도 못하다며, 확실하게 삼성의 변화를 보여주자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모들은 그를 만류했다는 후문인데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데 앞질러 가는 것은 위험하니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자고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실제 사과문을 보니 이 부회장 본인의 결단으로 작성한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과문 발표와 이에 앞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은 삼성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언론계 원로 A씨는 “삼성이 준법 이슈에 관한한 자체 판단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제3자의 판단까지 받도록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자의적 타의적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수용한다는 자세를 보인 것만도 놀라운 변화”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위기를 극복해 낸 세 가지 통 큰 선언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연루되거나 경제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때 총수의 결단이 들어간 선언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왔다. 첫째는 이병철 회장이다. 그는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D램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사업에서 한계를 직감한 결단이었다. 모두가 만류하고 안 된다는 반도체 사업에 전력 투자를 시작했고 오늘의 반도체 왕국을 만든 계기가 됐다.

둘째는 이건희 회장이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 부단히 노력해 오던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신 경영 선언으로 국내 1위에 만족해 오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안주하던 삼성에서 공략하는 삼성으로 체질을 변화시킨 것이다.

셋째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혁신적 사과 선언이다. 사과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삼성이 나갈 방향성까지 담았다. 이 부회장이 직접 해묵은 사회적 논란과 비판에 대해 직접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잘못된 과거'와는 완전히 결별하고 글로벌 정상의 기업으로 상생과 화합의 책임을 당연히 지고 가겠다고 명확하게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뉴 삼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삼성준법감시위, 의미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7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답변 발표가 직접 이뤄지고 준법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에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 수립,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구체적 개선 방안을 주문함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 각사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원로들은 삼성에 대한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결단에 어울리는 사법적 결단이 뒤따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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