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경제 현실에서는 불확실성이 가장 나쁜 걸림돌이다. 증시에서는 최악의 실적이나 실패가 와도 일단 결과가 나오면 다시 상승한다. 투자자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월말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8월 후반을 불안과 초조함으로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선두권 기업, 한국경제의 대표 선두주자,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의 오너 리스크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은 한국 경제의 재건이라는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어 이 회사 오너의 법정 리스크를 하루빨리 털어내야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곧 수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대한민국號의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여전히 좌고우면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수사 중지·불기소를 권고한 지 50여 일이 지났음에도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유예설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여론을 살피며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만약의 경우에 검찰이 기소하기로 결정해 버리면 그만큼 법정 리스크는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18일 수사처리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매우 이례적으로 3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이 참여하는 부장검사 회의를 비밀리에 열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검찰로서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일부 진보단체와 진보 여론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적인 면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지금 이재용 오너에게리스크를 얹으면 재계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회생을 노리던 수출주력산업도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인사들은 오너 한 사람 바뀐다고 거대 삼성이 무너지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IBM CPU 생산계약 같은 지상 최대의 계약 건은 더 이상 꿈도 꾸기 어려워진다고 재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재용 오너 리더십, 내 갈 길 간다

이재용 부회장은 겉으로는 온화한 인상이지만 한번 결심하면 반드시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그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굵직굵직한 결실을 계속 이루어냈다.

17일(현지시간) IBM이 차세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유수의 해외 기업들을 제쳐두고 삼성전자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밝힌 것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IBM은 삼성전자와 10년 이상의 협력 관계를 형성해 온 기업이다. IBM은 110년 된 세계 최고의 컴퓨터 명문 기업이다. 이 기업이 삼성전자를 차세대 CPU 생산기지로 결정한 배경은 이재용 부회장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수년간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목숨을 걸어왔다. 그리고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IBM이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차세대 서버용 CPU 생산을 삼성에 맡김으로써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사업 경쟁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IBM CEO와의 단독회동을 통해 삼성전자의 5G, AI 및 클라우드 등 미래기술 분야 기술 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능 이재용 부회장의 당당한 설득에 감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IBM은 보통 까다로운 회사가 아니다. 생산기지가 되기 위해 수도 없는 서류 검사와 현장 확인, 제품 평가와 품질관리(QC) 및 인증(QA) 등에서 한 가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급을 받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IBM은 창립 110년 된 세계 최고의 컴퓨터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 명성과 품질을 지키기 위해 까다로움을 서슴지 않는 기업인 셈이다.

그런 IBM이 17일(현지시간) 차세대 서버용 CPU 'POWER 10'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기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발표한 것은 글로벌 재계에 놀라움으로 다가갔다,

'POWER 10'은 IBM의 뛰어난 설계 기술과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기반 7나노 공정 기술이 결합된 제품으로, IBM은 2021년 하반기 'POWER 10' CPU를 적용한 서버를 출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세계 파운드리 정상기업인 대만 TSMC를 제치고 후발 삼성전자가 채택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IBM은 기존·신규 특허 수백여 개를 적용해 'POWER 10'을 설계했다. 'POWER 10'은 IBM 제품군 중 EUV 기반 7나노 공정이 최초로 적용된 제품으로, 이는 IBM의 서버용 CPU 제품군의 진화를 상징한다. 삼성전자가 여기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수의 경쟁자들은 삼성이 거꾸러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어디 그 뿐인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을 위해 총 180조 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게 될 일이냐고 반문하던 주위의 비난을 올해 확실히 잠재웠다. 그 약속에 대해 삼성은 올해 투자규모가 목표액인 180조 원에 차질 없이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 스타트업, 학계 등을 지원하는 한편 신규 채용 4만 명도 무난하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두 마리 토끼를 거의 확실하게 지켰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에 투자하면서 CMO(바이오 위탁생산)을 목표로 삼아 세계 최대최고의 생산시설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에 세웠고 지금 현재 추격자가 별로 없음에도 다시 4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선제적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 역시 평택 화성 등에 CMO(파운드리 반도체 위탁생산) 설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80조원 투자는 그렇게 실현되어 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과 투자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도 된다는 일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인사들의 철부지 언행은 이제 제발 사라져야 한다.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죽어도 오너의 책임 경영을 따라할 수가 없다. 매년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2년만 실적이 나빠도 당장 투자를 망설이기 마련이다.

글로벌 정상의 경쟁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거꾸러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이재용 오너 리스크가 당장 해결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검찰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답해야 한다. 한국 경제를 살리자는 절체절명의 국민적 요구에 대답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가?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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