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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 무엇이 두려워 못하는가?

[테크홀릭]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이 정재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 명의로 청와대 소관부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경제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건의하고 나선 것.

이미 불교계 쪽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고 유교의 중앙기관인 성균관 또한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국민공감 문제는 이제 당청의 결단을 압박하는 지경에 이를 만큼 뜨겁다.

여론을 살핀다면서 여론을 외면하나?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4~25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9.4%가 '사면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면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23.2%, '잘 모른다'는 응답은 7.4%였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실시한 4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광복절에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 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0%(매우 찬성 51.8%, 찬성하는 편 18.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6.0%(매우 반대 16.9%, 반대하는 편 9.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4.0%였다.

이들 조사를 보면 이 부회장의 사면은 모든 성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압도적 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이 상당수 포함된 40대 조차 찬성이 과반이 넘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패권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까지 나서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면 사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지난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면 이 부회장 사면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반도체 전문가로 볼 수 있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가 부담스러운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반도체 상황이 심각하는 반증이다.

여론은 무르익었다-집토끼 눈치 보지 말라

양 위원장은 “미국이 ‘칩스 포 아메리카 액트’(Chip for America Act)를 내놓으면서 2024년까지 시설투자비에 대해 40% 세액공제를 하기로 했다”는 상황을 전하며 “대한민국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 결정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핵심 리더인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 이제 그만 묶어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면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과 청와대는 시기상조라는 인식 아래 여론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각계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경실련·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이 사면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른바 집토끼들의 반대다.

그러나 이들이 전혀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사면은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고 위법 탈법도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다.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은 왜 전직 두 대통령을 사면했는가? 그 정신은 국민 화합과 상생이었다. 언제까지 한풀이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재계 원로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의원과 지지층에 대해 “민주당이 진정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계승하는 정당이라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한 DJ마저 비난하는 거라면 민주당에서 DJ의 사진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법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라 살림이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30일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의제에 대해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 방안을 비롯해서 경제·통상 등 실질 협력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협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청와대 참모진은 이 문제를 좀 더 심층적 정치 경제적 입장에서 살펴야 한다.

반도체는 더 이상 기업이 사고파는 물품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그런 인식 자체가 구닥다리이고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모르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자동차 업계가 공장을 쉴 정도로 중요한 품목이고 미사일과 첨단 무기 심지어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KF-21에도 무한하게 공급해야 할 필수안보 아이템이다.

반도체는 안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가져야 할 때다.

이미 바이든 정부와 시진핑, 아베가 모두 반도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인데 우선순위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 정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까지 경제단체장들이 모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단체장들은 "반도체 글로벌 경쟁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최전선의 총수가 부재한 상태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 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경제 5단체에서 건의한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적도,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사면되지 않을 경우 그는 2022년 7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손발이 묶여 있는데 대통령이 강조한 정재계의 합심 노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재계 원로들은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고 쇠가 달았을 때 내리쳐야 한다는 옛날을 우습게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5천년 한반도 역사상 우리 민족이 지금처럼 지구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던가? 그것이 정치를 잘 해서인가? 그것이 국방력이 강해서인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기업의 힘을 키워주고 밀어주는 조력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원로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때 듣지 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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