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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 회장, 빼앗긴 반도체 들판에서 봄을 찾아오다

[테크홀릭]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말이 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즉 실패하고 떠난 후 실력을 키워 다시 도전에 성공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 쓰는 고사성어다. 요즘 이 고사성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구본준 LX그룹 회장이다.

구본준 LX회장의 이야기를 요즘 언론들이 하는 시점을 보면 1999년으로 돌아가는데 그친다. 그 이전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아는 몇몇 안 되는 재계 원로들은 구본준 회장의 전자 반도체 컴퓨터쪽 실력이 여느 경영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고 빼어나다는 데 동의한다.

구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경영자다. 1998년엔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꿈꿨지만 1999년 정부의 '빅딜'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회사를 넘겨야 했다. 당시 사업부를 맡아 있던 모든 이들이 대성통곡했다고 전해진다.

구본준 회장은 반도체와 컴퓨터에 관해서는 LG그룹 내에서도 박사급으로 통한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나와 컴퓨터와 전산공학 분야에 박식하다. 전공이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대학원은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그의 경력에 주목할 부분은 서른 초반대이다.

그는 당시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였던 AT&T에서 3년이 넘게 근무했다. AT&T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설립한 Bell Telephone Company가 모태로, 1885년 Bell Telephone Company의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1899년 모회사인 Bell Telephone Company를 인수했고 백년 가까이 미국의 통신 산업을 독점해왔다. 아무도 대항하지 못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7개인가의 회사로 강제 분할할 정도였다.

그는 AT&T가 가장 잘 나가던 그 시절에 기업 문화를 익히고 이를 국내에 접목하려고 애썼다. 그 결과물이 금성반도체이다. 금성반도체를 그냥 반도체 기업이라고만 보는 것은 수박의 겉만 보는 것과 같다.

이 회사는 AT&T와 합작법인이었다. 1979년 금성반도체로 출범했지만 사실은 반도체 + 통신(전자교환기) + 컴퓨터 사업을 진행했다. 1980년 8월 반도체 웨이퍼 가공생산, 1981년 8월 컴퓨터 생산, 1981년 12월 전자교환기 조립생산, 1989년 4월 국산 전전자교환기 100만 회선을 돌파, 1992년 2월 국내 최초로 대용량교환기 베트남 수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무시무시하게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이 직전에 금성반도체는 AT&T의 메인프레임 컴퓨터 3B 시리즈를 국내에 들여와 카이스트와 같이 86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전산 올림픽으로 치러내기도 했다. 이 컴퓨터 시리즈는 에어컨으로 보호받지 않고 상온에서 야외에 설치해 놓고 올림픽 게임을 치렀는 데도 아무런 고장이 없을 정도로 튼튼했다. 구본준 회장은 다시 수출부장이었다.

또 컴퓨터는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와 합작해 PC24라는 스마트 PC를 국내에 공급했다.

주문형 반도체로 시스템 반도체 원천을 개척

그리고 반도체 사업의 방향을 정할 때,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주문형 반도체라는 당시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사업 방향을 채택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삼성은 메모리 금성은 주문형이라는 공식이 생기게 한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반드시 같다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시스템 반도체 비슷한 사업의 기초를 준비한 셈이었다.

그리고 1메가 롬 반도체 시대를 국내에 가장 먼저 열었다. 그 현장에 구본준 회장이 있었다.

그렇게 앞서 가던 회사를 정부가 앞장서서 통폐합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로 보내버린 것이었고 결국 현대전자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하이닉스로 가버린 것이다. 이 과정을 눈물 나게 바라보던 이가 구본준 현 LX회장이다.

그리고 다 빼앗겨버린 반도체 기업을 다시 살려내 20여 년 전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되살리는 이도 구 회장이다.

요즘 LG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 주력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로 국내 1위 수준이다. 그리고 경쟁자도 별로 없다. 지난해 초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자연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수요도 늘었다. DDI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다. 이 반도체들 모두가 LX 세미콘의 주력 상품들이다. 품귀현상이 계속 되니 가격도 오르면서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실적이 남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탐내는 주식 중의 하나도 이곳이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LX세미콘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이 1조8000억~1조9500억 원, 영업이익은 3350억~3800억 원에 이른다. 비공식적이지만 증권가 찌라시에는 전망치가 2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이다.

지난 2분기 매출액 4493억 원, 영업이익 95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저력을 보여주었다.

언론들은 최근 구 회장을 앞 다투어 보도하는 형편이다. LG디스플레이를 파주에서 성공시킬 때보다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그는 요즘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까지 마련해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본준 회장이 장점으로 갖는 것 가운데 하나는 경복고 인맥과 서울대 인맥이다. 음으로 양으로 그를 돕는 이들이 많다. LG그룹이라는 친정의 우호적 지원도 든든하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LX그룹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것은 투자의 실질적인 수혜업체가 LX세미콘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호재들로 가득, 인재들 모이는 실력 있는 기업

실제로 LX세미콘은 최근 주력 사업인 DDI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파워칩 등에서 실적을 향상시켜 가고 있다. 또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선도기업으로 국내 최대 시스템 반도체 업체이자 관련 산업을 리드하면서 글로벌 주요 세트 업체에 제품을 적용하며 글로벌 톱 20위권 팸리스 기업으로 올라섰다.

여기에다 자동차 인포테이먼트 디스플레이용 IC, 가정용 MCU 및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등으로 사업 범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이 회사의 주력 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은 연말까지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쟁그룹이지만 든든한 후원세력이 될 수도 있는 삼성전자의 배경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대형 DDI 수요가 예년보다 7.4% 늘어나지만 공급은 2.5% 정도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절대 공급자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부품 확보를 위해 LX세미콘과의 거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빅딜의 큰 협력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한편 채용업계에서도 이 회사에 대해 우호적인 코멘트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기업 중에서 중상위권 이상의 호평이고 전체기업 중 경영 사무 직무 전 현직자 만족도 상위 1% 기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R&D인데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이며 회사가 성장세에 있어 연봉이 계속 오르는 중이고 연구직이면 본인 커리어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는 곳이라고 부연 설명한다.

실력 있는 인재가 풍성하게 모일 요소들이다.

재계 원로들은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세미콘이 이러한 실력 있는 인재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OLED TV패널 수요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의 LCD TV패널 수요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분기 영업이익이 예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설 정도라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LX)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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