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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SK 최태원 발목잡기, 제계 입장 무시한 일방통행이 문제

[테크홀릭] 일주일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형사재판처럼 당사자가 나올 필요가 없는데도 최테원 회장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었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직함도 갖고 있어,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가 직접 가서 그동안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익편취 논란에 대해 직접 소명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 공정위는 기업의 바람을 깨끗이 무시하고 일방통행식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애매한 규정 속에 공정위의 독주, 기업 불만 가득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의 예상대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개인 돈으로 매입한 최태원 회장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사자인 SK측도 놀랐고 재계 원로들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을 정도로 이 결정에 대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공정위는 23일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며 SK㈜와 최 회장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8억 원,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태원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의 해석은 이러하다.

SK㈜가 실트론 주식 70.6%를 인수한 뒤 잔여주식 29.4%를 추가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됨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인수 기회를 포기하고, 최 회장이 잔여주식을 취득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회사가 고의적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인수를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SK㈜는 지난 2017년 1월 실트론 주식 51%를 인수한 뒤 유력한 2대 주주의 출현을 막고자 지분 추가 인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KTB와 우리은행이 보유한 잔여지분 49% 중 일부를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매입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하는 인수 전략을 세웠다.

이는 전형적인 기업과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

현실에선 같은 해 4월 6일 KTB로부터 실트론 지분 19.6%를 취득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우리은행은 남은 실트론 지분 29.4%를 단독 매각하기로 하고 같은 해 4월 11일 입찰을 공고했으며 최태원 회장이 입찰 참여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사회를 통한 결정이 요식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공정위는 실트론 지분 인수에 따른 이익이 SK㈜에 돌아가야 함에도 최 회장이 회사의 동의를 얻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익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솔직히 궁색한 변명이다.

쟁점 부분에 대한 재계의 읍소

사실 이번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법상 '회사 기회유용'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공정위 회의의 쟁점이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정거래법 23조에 따르면 대기업 특수 관계인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전 이미 공표된 이 법률이 제대로 적용된 적이 없었고 적용 규정 자체도 모호한 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기업과 국민을 위한 공정한 판단을 하려 했다면 사문화된 법령에 대한 엄격한 적용 시점을 사전에 공지했어야 명분이 서는 일이었다. 게다가 단순 법조항만 적용한 것으로 왜 최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지분을 취득하려 했는지 그 동기를 제대로 살폈어야 한다는 것이 재계 원로들의 주장이다.

SK측은 “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려는 해외자본의 유입을 막기 위해 최 회장이 직접 지분을 취득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후에 이득이 생겼기 때문에 공정위가 처벌하는 것은 최 회장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사전 투자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의 배려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해석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회장까지 나선 경영권 방어의 속내를 읽을 줄 알아야

재계의 회장이라는 사회적 명분과 현재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명예직까지 맡은 최 회장이 재산을 더 불리려고 이렇게 직접 개인적인 투자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 재계의 객관적인 관측이다. 공정위의 판단은 법리적인 적용과 해석을 넘어 사회와 기업 활동을 더불어 볼 줄 아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공정경쟁입찰에 붙인 지분을 경쟁을 거쳐 취득했다는 점도 공정위가 제대로 판단했는지도 의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법적 쟁점이 될 만한 요소 자체가 없는지를 살핀 다음 투자에 나선 것이며 회장이 실트론에게 경영권에 부담을 주는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을 두고 이런 식으로 제재하면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의 위반행위가 상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승인 절차 흠결 등 절차 위반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주지했다고 밝혔다. 또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최태원 회장이 SK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데 이 지적을 거꾸로 적용하면 과연 과징금 제재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원로 경영인은 “공정위가 법만 쳐다보고 법대로만 해석하는 것은 재계의 경영활동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실정법은 실정에 맞아야 기업이 따르고 지키며 법리에 순종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심의한 사안 중에는 관련업계의 특성보다 법리적 자구 해석에만 매달린 일방통행식이 많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운업 담합 건이었다. 국내외 해운사에 8000억 원의 담합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으로 주관 부서인 해양수산부마저 속이 터진다며 답답해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공정위는 국내외 선사들이 2003~2018년 동남아 노선에서 운임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물렸는데 해운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운 운임 담합은 지난 40여 년간 해운법에 따라 허용됐다”고 했고 해수부도 ‘해운업계의 담합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는데도 일방통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공정위가 잣대만 들이대고 재계의 속내를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일방통행식 결정에 대해 재계의 비판도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현재 SK측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 측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SK가 불복하면 고법에 과징금·시정명령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의 경우처럼 수년간 법적 리스크에 끌려 다녀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서 최 회장이 검찰조사에 임해야 하는 상황은 면했다는 점이다.

최태원 SK회장(사진=SK)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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