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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파업, 명분과 사회적 동의 얻을 수 있을까?

[테크홀릭]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직전까지 몰렸다.

22일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최근 이달 25일까지 경영진의 결심을 요구하며 공문을 사측에 보냄으로써 회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노조는 이 공문에서 "지난 16일 진행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 조정 중지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표이사와의 대화를 요청한다"며 "오는 25일까지 답변을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가 밝힌 대화상대로 언급한 최고경영진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포함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서로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에서도 중재 시도가 2차례 결렬되면서 중노위는 지난 14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실질적인 파업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법적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실제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후 53년 만에 첫 파업이 된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국의 삼성 그룹사 노조들이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파업,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과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크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노조 측은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을 가장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이나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 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이 과연 이 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까? 실제 속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당면한 실질적 목표는 쟁의권 확보에 있는 듯이 보인다. 만일 회사측이 노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 직원 1인당 급여는 평균 1억8260만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년 대비 약 51% 증가한 인건비 때문에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최근 3년 기준 평균 5조원이 감소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니 현실적으로는 무리한 요구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쟁의권을 쥐고 회사를 길들이기 해보려는 속셈이라는 부정적 비판이 나오게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둘러싼 재계 노사들의 입장은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전국 단위 노조인 민주노총측은 지금까지는 개별회사의 입장이라고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실상은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의 첫 파업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면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23일 삼성전자 사초사옥 앞에서 오후 두시 공동임단투 승리결의대회를 열어 본격적인 후원에 나선다. 민주노총 본격 개입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노동계 쪽에서는 한번 물꼬를 트고 나면 파업 동력을 얻어서 민주노총이 원하는 방향의 삼성전자 노동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 노무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노사 같은 곳에서 파업을 결정하고 대화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한번 오른 임금이 내려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전체 재계 주요 대기업에 상당한 압박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귀족노조라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이번 파업쟁의권 추진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아래 과감한 투자가 국가경쟁력이다

그렇지만 투자와 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파업은 백해무익하다.

많이 벌었으니 나눠달라는 요구가 무엇인 문제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근시안적 시각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인건비와 성과급에선 단연 국내 독보적이다.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의 복리후생은 할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의 톱자리를 늘 차지하는 상황이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기업인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투자 22조로 사상 최대의 투자를 강행했다. 시스템반도체 등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최강자 대만 TSMC를 밀어내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견제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시스템반도체 R&D, 생산시설 확충 등에 171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투자계획까지 발표했다.

21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이 회사의 R&D 총지출액은 22조5954억 원으로, 전년 21조2209억원보다 6.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R&D 총지출액은 지난 2016년 14조7923억 원이래 ▲2017년 16조8032억원 ▲2018년 18조6504억원 ▲2019년 20조1929억원 ▲2020년 21조2209억 원 22조5954억원 ▲2021년 22조5954억원 순으로 매연 1~2조원씩 5년쨰 증가세다.

이러한 투자가 앞에서 살펴본 대로 노조의 주장을 들어주다가는 수조원의 당기순익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당장 잘 먹고 잘 살자고 미래를 포기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노조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는 그동안 지속적인 비판을 들어 왔다.

재계에선 조직 보신주의와 지독한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부진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면 한국의 전자산업 미래는 다시 일본이나 대만 미국의 추격에 덜미를 잡힐 것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제 국내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기업이자 산업의 쌀을 설계하고 공급해 내는 글로벌 산업의 핵심 중추로 올라서 있다. 전세계 고객들과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을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파업쟁의권을 얻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다면 이는 한국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심각한 행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IT종합기업이자 장치산업 메이커

노동계가 애써 무시하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장치산업 기업이자 IT기업이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고 설비 투자에도 천문학적인 투자가 늘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임직원들에게 이익을 나누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이익을 지나치게 나누다가는 투자할 곳에 미처 투자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삼성전자는 게다가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배당도 정말 중요하다.

임직원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투자자일 수 있다. 그런데 주주배당과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도록 지나치게 노조가 요구한다면 이는 제살깎아먹기가 될 뿐인 것이다.

또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이익성과급이라는 것 자체는 임금으로서의 성과급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회사의 의무로 규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노동계는 늘 이익성과급을 사측 의무조항으로 명기하려 하고 협약으로 묶어 명문화 해 두려고 한다.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선 노조와의 밀당으로 이익배당금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다면 삼성전자에서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발군의 매출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기대치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노조와의 갈등이 추가된다면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절제되어야 마땅하다. 더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일반 재계의 분위기도 헤아려야 한다. 공생을 외치고 상생을 오쳐온 노동계가 저 혼자 잘 살자고 밥그릇 싸움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재계 원로들은 일등기업 일등 노조일수록 자신보다 못한 기업과 재계 분위기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여부에 전국의 기업경영자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를 노조 집행부가 살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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