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27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75년 생일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명멸했지만 LG그룹은 변함없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착실히 성장해 왔고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 고객을 껴안고 전진하는 글로벌 수위의 전자 가전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때문에 구광모 회장은 고객에 대한 감사를 가장 처음에 내세우며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75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하면서 “앞으로도 고객과 LG의 더 가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거품 없이 담백한 어조로 고객의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임직원에게 그 공을 돌렸다.

LG그룹에서 일한 임직원들은 돌아서서 자신이 떠난 기업을 비난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작고한 구본무 회장도 사석에서 “회사를 떠나 이들이 고향집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늘 따뜻한 격려를 해 주는데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더불어 LG그룹은 요란한 대내외 행사도 치르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75주년을 기념하기로 했다. 실무형 총수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행보다.

LG는 75주년을 관련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이날부터 2주간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줍깅 캠페인’을 진행한다. ‘줍깅’은 ‘줍다’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걷거나 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다. 사소하지만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는 중심이 될 행보다.

구광모 회장의 이런 행보는 지난 회장들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혁신적임에도 구 회장을 앞으로 내세우지 않게 하면서 자연스레 겸손한 리더의 모습으로 다가와 젊은 리더의 포용성을 느끼게 해 준다. 그것이 구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이다. 분명히 집중과 선택이라는 대명제 아래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튀지는 않음으로써, 조용한 혁신의 기수를 자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뭔가 벌어지고 있는데 물의를 일으키거나 시끄럽지 않으면서 분명한 속도를 낸다. 휴대폰 사업을 접어버리고 태양광 사업도 포기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세계적 기업 월풀을 이겨내 버리는 쾌거를 거둔다.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은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아프리카 사막에서 북극까지, 글로벌 고객들에게 LG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넣었다.

모든 길은 AI로! AI 대혁신 바람을 일으키자

구광모의 LG그룹은 어느 사이 색깔을 다양하게 바꾸어 가고 있어 지금 무엇을 그려보라면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업 분야를 그려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중심에 AI사업의 적용과 확산이라는 큰 무기를 장착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가장 큰 관심은 AI를 어떻게 무리 없이 사업 전영역에 적용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고객 수요와 예측까지, 각종 위험예측과 리스크 관리에 사업 진단까지 그야말로 제갈량 같은 경영책사의 역할을 맡기고 싶어 한다. 문제는 적용에서 여전히 장애물 투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광모 회장은 예산치도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까지를 포함한 온갖 사안을 예측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모든 과정을 AI와 함께 헤쳐 나가고자 꿈꾼다.

그 일환으로 당장 구광모의 LG호에 인공지능(AI) 연구를 얹어 가동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거점이 미국에 들어섰다. 그것도 초대규모 거대 AI의 연구 개발을 앞세운 목표를 내걸었다.

미시간에 들어선 LG의 싱크탱크

지난 23일 LG는 산하의 LG AI 연구원이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LG AI 리서치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의 첫 해외 연구 거점이다. 센터장은 이홍락 최고AI과학자(CSAI)가 맡는다. 이 CSAI는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LG의 미래 AI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6~2020년 구글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일했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세계 10대 AI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을 만큼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며 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직도 겸했다.

재계의 호사가들은 국내에서 선두 다툼에 매달리기보다 한 발 앞서 AI의 핵심인 미국 시장에 연구센터를 출범시킨 배짱과 노력을 부러워하고 있다. 업계는 구광모 회장이 미래 사업의 핵심으로 주목한 AI 관련 사업이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5543억 달러(6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필두로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LGAI연구원도 글로벌 AI연구거점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며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LG AI 리서치센터는 미시간대와 함께 AI 선행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미시간대 AI 연구실과 ‘AI 선행기술 공동연구 및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연구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시간대는 UC 버클리, UCLA,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UNC Chapel Hill), 버지니아 대학교(UVA)와 함께 이른바 퍼블릭 아이비라고 일컬어지는 최상위권 공립대학교이다. 전 학과가 공히 미국 내 선두권인데 특히 환경공학 항공학 컴퓨터 공학 전자 공학 기계공학 산업공학 원자력공학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어 LG와의 산학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2021년 세계 10대 AI·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으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연구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 리서치센터가 자리 잡은 앤아버 지역은 더구나 미국을 이끌어 가는 산업체들이 즐비하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어 미국 산업의 중심지라 불린다.

UC 버클리, UCLA,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UNC Chapel Hill), 버지니아 대학교(UVA)와 함께 이른바 퍼블릭 아이비라고 일컬어지는 최상위권 공립대학교에서 얻어낼 아이디어도 기대되고 산학협력에도 유리한 입지라 윈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로써 LG AI 리서치센터는 미시간대뿐 아니라 북미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LG AI연구원이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글로벌 연합체 출범까지 주도한 만큼 LGAI연구원의 연구거점 확장을 통해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홍락 센터장은 “북미센터 개소는 LGAI연구원이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글로벌로 시야를 확장해 연구분야별 강점을 보유한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접점을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LG AI연구원은 올해 2월 국내외 13개 기관 및 기업들로 구성된 연합체 ‘엑스퍼트(전문가) AI얼라이언스’의 출범을 주도했다. 각각이 흩어져서가 아니라 한데모여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애플 테슬라 구글 등이 앞장서서 달려가는 윈윈작전들 가운데 하나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LGAI연구원이 구글, 우리은행, EBS, 고려대의료원, 브이에이코퍼레이션, LG전자, LG화학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연합체를 구성하고 초거대 인공지능을 상용화시켜낸다면 그 과실을 국내 전 산업계가 누릴 것이 확실하다면서 정부도 일표한 인력과 예산을 공급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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