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최정우 포스코호가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기업 시민, 리얼밸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큰 줄기로 보면 ESG를 기업 정책에 녹여 들게 해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 시민과 함께 가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작년도 실적도 좋았고 철강재의 가격이 크게 올라 큰 걱정이 없다. 그런데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주마가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요즘 포스코는 온통 ESG의 장착과 활성화에 쏠리고 있다.

다른 각도로 이를 바라보자. 요즘 재계의 대표적 트렌드를 말하려면 ESG를 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너도 나도 달려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눈치 보기에 그치는 상황이다. 말은 앞세워도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사적 시스템도 이를 위해 갑자기 바꾸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현대 경제활동에서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필수적인 정책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하자는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 기업으로 시작한 전형적인 굴뚝 제조기업이었다. 굴뚝기업이 ESG를 시작하면 그만큼 원가 부담이 커진다. 철강업은 더구나 그러하다. 따라서 ESG 정책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었지만 포스코는 과감하게 ESG를 경영의 큰 그림에 포함했다.

이는 실적의 뒷받침이 있어서 물론 가능한 일이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하자마자 실적 추정치가 나오면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글로벌 철강값 상승 기조다. 이로 인해 올 1분기에만 20조가 넘는 매출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ESG를 추진할 브레인이 홀딩스이기 때문에 그룹의 ESG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기도 하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가 오르면서 다음 달 유통한 열연과 냉연 가격을 각각 톤당 10만원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후광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매출과 영업익이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포스코는 올해 들어서 후판값을 두 차례에 걸쳐 6만원 올렸고 열연 유통가도 이달 톤당 5만원 인상했다.

지주사 체제로 새 출발하면서 원자재 인상 후광 효과를 단단히 얻고 있는 셈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4.7% 증가한 20조392억 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도 7.6% 늘어난 1조6702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최정우 회장이 내세운 정책들이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이달 2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리얼밸류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제시했다. 리얼밸류는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사회구성원들에 제공하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포스코는 환경과 사회공헌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기를 맞은 셈이고 홀딩스가 이를 지휘하는 체제로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면서 내세운 ‘리얼 밸류’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장착하고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리얼 밸류’는 기업 활동으로 창출하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최 회장이 지난 2일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하면서 주창한 경영 철학이다.

이 정책의 브레인은 그룹ESG협의회이다. 지주사 출범 이후 신설된 협의회는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ESG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리스크를 진단해 대응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설치됐다. 앞으로 그룹ESG협의회를 분기마다 개최한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ESG협의회를 통해 그룹의 ESG경영에 대한 의식 수준과 실행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면서 “기업시민 및 ESG 경영을 기반으로 포스코그룹의 ‘리얼 밸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리얼 밸류 경영이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정체성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가운데 기업 시민의 추진과 탄소감축 전략이 기대되는 부문이다.

2019년 선언한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강건한 산업 생태계 조성, 사회문제 해결과 더 나은 사회 구현, 행복하고 바람 있는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기대되는 두 기둥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이란 기업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시민이라는 개념이다. 기업의 공적 가치와 사회적 기능을 특화한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서는 인력과 자본과 조직이 투입된다는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포소크는 전사적으로 이를 적용해 나가기로 하고 지금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의회의 중점 전개 방향은 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CCUS)기술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포스코형 저탄소 제품 판매전략 등 사업장 감축과 사회적 감축을 통한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최정우 회장은 일찍부터 전사적인 ESG정착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룹의 주요 보직을 경험 온 최 회장만큼 현장을 잘 아는 경영진도 없을 것이다. 사실 최 회장은 1983년 포스코(구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해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켐텍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포스코맨'으로 비철강 분야도 꿰고 있는 현장형 리더이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 부회장까지 맡은 최정우 회장은 특히 친환경, 현장 안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과 맞물린 현장에 직접 가서 실무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도 설득하는 등 일선 현장을 중시하는 소탈한 리더다.

10월 세계철강협회 총회 개최까지 1년간 부회장 역을 맡은 최 회장은 수소환원제출 기술 등을 앞세워 세계 철강업계의 탄소 중립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포스코그룹이 먼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탄소중립 2050' 계획을 통해 앞서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아시아 철강사 중 첫 탄소중립 선언

포스코는 지난 2020년 12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2050탄소중립 기본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중립 Green 철강기술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포스코는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중립 Green 철강기술 자문단을 기반으로 저탄소 혁신 공정기술 개발과 친환경 연·원료 확보에 힘쓰고 그린철강 생산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전략 목표를 보면 포스코는 2030년까지 사업장 직접 감축 10%, 2040년까지는 50%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만만치 않은 계획이다.

실제로는 올해부터 기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외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ICT, 포스코엠텍 등 주요 사업회사도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이행하기로 했으며, 탄소중립, 안전, 생물다양성 등을 핵심 아젠다로 삼고 ESG 정책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최정우 회장의 승부수는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을 착공한 데서도 두드러진다. 알려진 대로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상용화 공장을 착공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리튬 염호 인수부터 탐사, 생산 공장 건설 및 운영 등 전 과정에 걸쳐 배터리용 수산화 리튬을 생산하는 것은 포스코그룹이 최초다.

리튬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년 만에 300배 성장한 장기 투자의 쾌거

아르헨티나 살타주 고지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기반의 염수 리튬 공장 착공식 현장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 김광복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 사엔즈 살타주 주지사, 하릴 카타마르카주 주지사, 장명수 주아르헨티나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그만큼 양국의 관심사다.

포스코홀딩스의 염수 리튬 공장은 수산화리튬 연산 2만5000t 규모로 2024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총 투자비는 인프라 투자 및 운전 자금 등을 포함해 약 9500억 원 수준이다. 리튬 공장 건설 및 운영, 자금 조달 등은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포스코아르헨티나가 수행한다. 벌써부터 언론에는 3년만에 300배 가치 상승이라는 제목이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착공하는 리튬 사업에 연이어 올해 2단계 연산 2만5000t 추가 투자를 통해 2024년 말부터 양산 규모를 5만t까지 증산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동일 염호에서 2028년 최대 10만t 규모까지 생산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염수 리튬 프로젝트는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근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최정우 회장의 뚝심 ESG 경영전략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