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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반도체 유럽동맹으로 TSMC 넘어서기 ‘맹공’

[테크홀릭]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위를 자랑한다. 기술력으로도 시장 장악력으로도 확실히 우위에 서 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누르고 3년 만에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함으로써 반도체 왕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파운드리 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만년 2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부문 정상은 대만의 TSMC이다. 파운드리 업체로 외부 기업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사실상 대만을 먹여 살리는 수출 역군이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의 생산 캐퍼나 기술력 측면에서 독보적인 1위다.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TSMC는 글로벌 점유율 52.1%로 1위였고 2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8.3%의 비중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910억8000만 대만달러(약 21조100억원), 영업이익은 2237억9000만 대만달러(약 9조5800억원)에 이르렀다. 그래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대만 TSMC가 극복의 대상이고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 유럽동맹으로 대만 넘어서기

“이재용 부회장이 TSMC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에 돌입했다.”

일본 반도체 전문가들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푸념처럼 뱉은 이야기지만 사실은 정곡을 찌른 이야기였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최고경영자), 마틴 반 덴 브링크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을 만나 미래 반도체 트렌드와 중장기 사업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수급 방안을 논의한 것은 한-유럽간, 좁게는 삼성전자와 ASML의 반도체 동맹을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네덜란드의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작하는 EUV 장비의 공급원이다. ASML은 1984년에 설립된 반도체 장비회사로 3만 명 이상의 식솔을 거느리고 16개국에 오피스를 설립하였으며 한국에도 1996년 설립돼 1800명 이상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혼란해지고 설비 공급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기술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왔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키우기 위한 행보이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를 따라잡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절차이다.

그중에서도 EUV 노광장비는 극자외선 광원을 이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로 없어서는 안 될 필요충분조건의 설비다. 불화아르곤을 사용하는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를 새길 수 있어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기술력으로 대만 TSMC 추월을 노리는 7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과 수십 년째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4나노 이하 차세대 공정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장비다.

삼성전자가 모든 것을 다 생산해 낼 수는 없다. 어떤 부분은 자체 생산하고 어떤 것은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외부의 도움이 오히려 공급 불균형이나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문제를 제공할 수도 있다. 여기에 공정한 협약과 마땅한 인센티브와 수익, 깊은 신뢰성 확보가 꼭 필요하다.

사실상 반도체 장비 한 대당 가격이 2000억~3000억 원을 오르내리며 없어서 못 사는 장비로 불릴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잡는 자가 이긴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전하기로는 전 세계에서 ASML 홀로 1년에 30~40대가량 만든다는데 전세계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이 회사의 출구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EUV 장비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차세대 판도를 쥐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네덜란드 정치권에 재계까지 설득해 낸 고품격 외교관으로 등장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아는 미국의 반도체 전문가들은 그를 고품격 외교관이라 부른다고 한다. 미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이러한 경제외교관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진보세력과 일부 야권에서 그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지만 이 부회장은 이미 거물급 글로벌 경제수장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국제질서에 대한 상황을 누구보다 가장 잘 파악했고 이미 2020년 10월에 네덜란드를 찾아 확실한 공급 약속을 받아두었다. 그러나 반도체 패권 전쟁과 TSMC와의 피말리는 경쟁 아래 다시 한 번 기술 협력 동맹을 정리해 두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과부족 현상으로 주요 글로벌 반도체업체가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EUV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회장이 1년 8개월 만에 다시 ASML 본사를 찾은 배경이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EUV 장비 시장을 독점한 ASML과의 협력 강화는 삼성이 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고 한국이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직접 EUV 확보전에 뛰어든 것"이라고 귀띔하고 있다.

물론 이 사이에 양사의 경영진과 기술진들이 상호협력차 왕래가 잦았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일단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ASML을 방문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를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점은 화룡점정의 한수가 됐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16년 9월 이후 6년만으로 '차기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될 만큼 최고위급 지도자로 평가되는 그의 입을 통해 네덜란드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장비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20년 10월 당시에도 이 부회장이 ASML을 방문한 뒤 EUV 장비 확보전에서 TSMC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힘을 얻은 것은 누구나 기억하는 일이다.

450조 투자의 첫 승부처는 기술 공급의 원활에 달려

이 부회장은 ASML 방문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에는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imec은 1984년 벨기에에 설립된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첨단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외에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를 소개받고 연구개발 현장도 살펴봤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달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신성장 IT(AI·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첫 단추를 imec과의 기술협력으로 이끌어 간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mec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해 삼성의 미래 전략 사업분야와 절묘하게 서로 손을 맞는데 도움이 될 협력자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웬만해선 기술연구진들이 자체 시설을 공개하는 일이 드물다고 했다. 척 보면 어떤 것을 연구하고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 이 부회장의 imec 방문을 허락받은 것은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서의 협력을 함께 이뤄나가자는 선의를 기꺼이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국내 여러 가지 제약을 안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기업 총수와 경제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면서 정치적 사면이 이루어지면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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