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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인고의 세월 이겨내고 가장 절박할 때 가장 큰 책임 맡아

[테크홀릭] 아들은 아버지를 닯는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0년 3월이었다. 그리고 그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반도체 전자 왕국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 뚝심과 과감한 선택의 리더십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그리고 포스트 이건희 시대가 열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뒤를 이어받았다. 취임 직후부터 내외의 여러 가지 도전과 시련이 많았다. 특히 사법 리스트가 번번이 그를 잡아채는 바람에 수형 생활도 적잖은 기간 견디어 내야 했다. 진보측 인사들과 많은 시민단체, 노동계로부터도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업계 원로들은 그 수형 생활과 여론의 공격이 지금의 이재용을 만들었고 내면이 더 강한 리더로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업을 이끌고 가다 보면 뒤를 돌아보거나 자신을 성찰할 기회나 여가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정신없이 돌아가는 트렌드를 쫓아가며 정책적 결정을 내리거나 포기하거나 쉴 새 없이 경영 활동을 해야 하기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돌볼 기회는 사실상 원천봉쇄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본인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외부에서 밀려오는 핍박으로 인해 자신을 제대로 키워낸 리더다.

지금의 겸손하지만 단호함을 가진 경영자 리더십은 인생의 쓴 맛을 미리 겪은 덕에 생겨난 후천적 요소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겸손하지만 단호한 리더십

서울구치소 생활을 통해 전해진 바로는 이재용의 수형 생활은 가장 모범적이고 가장 적응을 잘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 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삼성그룹을 대표한다는 책임의식과 아버지 이건희를 욕 먹이지 않겠다는 효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끼 1,440원 짜리 식사에 1,9평도 채 안 되는 독방생활을 하며 부채꼴처럼 생긴 좁디좁은 운동장을 뛰며 그는 숱한 회한과 생각으로 자신을 다스렸을 것이다. 같이 수감됐던, 가족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수형자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네주고 사식도 나눴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설처럼 전해 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감옥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그에게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컸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정치가 혼란속에 있을 때 국민들은 삼성그룹 하나라도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만은 이재용의 리더십이 강력하게 발휘되어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반도체 전쟁과 무역전쟁, 정치적 이용을 꿈꾸는 미중일 심지어 러시아에도 큰 소리치며 삼성이 앞장서서 난관을 헤쳐 나가기를 강력하게 기대하는 것이다.

본인도 이 부분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 속 언제까지 짐 지울 것인가?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을 회장으로 취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이어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진정한 이재용 리더십이 본격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다.

이제 그는 대만의 TSMC를 기술력으로도 시장점유율로도 이겨내야 하며 바이오 시장의 석권을 서둘러야 한다. AI와 가전, 로봇, 전장 사업도 더 크게 육성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소부장 생태계도 부활시켜 국내 기업 공동체들과 이익을 공유해 가야 한다.

하필 그 당일에 또 사법 리스트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얼굴에 어떤 어색함이나 속상함을 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오히려 27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회장 취임 소감을 묻는 말에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의 오전 재판을 마치고 나서면서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틀 전 자신의 소회를 잠시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글로벌 기업 시장의 엄중한 현실을 짚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정말 절박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합니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며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세상에 없는 기술투자가 해법이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관심은 기술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유일한 해법은 기술투자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며 "최근에 사업장을 둘러보며 젊은 임직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눈에 띄는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하나는 조직문화의 변화다. 권위적이고 짓눌린 기업 문화로는 절대 세계의 벽을 넘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로서 조직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사명이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건 자신도 다짐하고 실천해 나갈 목표일 것이다.

두 번 째는 주주와 고객이다, 대장주로서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우려 이야기는 그도 늘 듣고 있을 것이다.

그 답변은 함께 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익도 가치도 함께 공유하자는 외침이다.

그의 희망은 국가와 사회, 국민 속에 함께 성장하고 공생해 가는 삼성이라는 느낌을 준다.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멘트 속에 그가 하고픈 말이 다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도 사법 리스크를 계속 만들어 내는 이 엇박자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정치권이나 노동계는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재계 원로들은 삼성의 이재용 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그의 심중이 정말 절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해석하는 한편으로, 이재용 회장 시대에 대한 큰 기대를 표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 운영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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