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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사법부와 엇박자, 관치금융 꼼수 안 될 말

[테크홀릭] 이미 소문은 무성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임은 어디 출신 누구라더라 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나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노조가 이복현 금융원장에게 “말을 아껴야 될 시점”이라고 대놓고 쏘아부쳤다. 특히 금융사 CEO들 연임에 있어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인데, 금융감독원 수장이 관련 문제를 거론하며 금융사 인사를 언급하는 것은 ‘인사 개입’과 같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이번 금감원 수장의 발언이 계산된 수순으로 나온 노림수라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찌라시 수준이지만 손태승 회장 후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름부터 거론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뼈아픈 고객피해 사건인 부실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사들의 도덕성이 드러난 사건인 동시에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금융산업 투기를 부추긴 감독기관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부실한 금융감독 기관이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일만 부추기고 있으니 이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마땅하다는 것이다.

관치금융 소문 무성, 타이밍이 묘한 추측 불러와

금감원이 우리은행 펀드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심사를 2년째 미루다가 갑자기 제재를 하자 금융권 여기저기서 뒷말이 무성한 것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이 문제를 일부러 거론하고 나선 것 자체가 사실상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하고 나선 것이다.

박 노조위원장은 “금감원이 우리은행 펀드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이후 나온 발언이다.

‘현명한 판단늘 내리실 것’이란 말 자체가 알아서 그만 두라는 말로 해석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되자 금융권 전체가 시끌시끌한 모습이다.

국내 금융지주는 연말과 내년 초 다수의 CEO 임기가 종료된다. KB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우리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농협금융그룹 등 5대 금융 중 3개 금융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고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로 다 빠르다. 이 외에도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농협은행장 임기가 12월 말,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금융부문 주요 평론가들은 “CEO들 임기 만료 시점에 당국이 경영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언급하고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부치긴다” 감독당국이 CEO 인선을 언급한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사법부와 엇박자 때린 금감원

손 회장은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이 '문책경고'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사법부가 당국의 징계가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처음 징계 때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라임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제재 수위도 완화될 것이란 시각이 상당했지만 갑자기 금감원이 칼을 빼들자 모양새가 몹시 이상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행정처분을 법원에서 정식으로 다투는 소송절차인 만큼 사법부에서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행정소송의 심리는 민사소송과는 달리 사실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는 책임을 당사자에게만 지우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도 증거조사를 할 수 있으며,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하는 사실에 관하여도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법부는 왜 과도하다가 판단을 내렸는지를 금감원은 살펴보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징계가 과도하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책임지려는 자세는 없고 오히려 임기 연장을 당연히 기다리는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니 뒷말이 많은 사태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 절차를 기다리든지 미리 징계를 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징계를 내린 저의가 무엇인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처사를 해버린 것이다.

이에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물론 상황이 다소 바뀔 수도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다.

손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에 나서 징계 취소를 기도하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어쨌든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다른 금융사들도 뒤숭숭해하고 있다. 이번에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증권사 CEO들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도 비슷한 수위에서 결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금감원 발 제재 강화 이야기까지 나도니 온통 금융가에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위원장은 최근 당국이 향후 사모펀드 관련 제재에 속도를 낼 방침을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더 가라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에서 관련 사안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고, 정리할 건 연말까지 빠르게 하려는 차원”이라는 말 자체가 속전속결의 징계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조측은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모펀드사태처럼 감독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급격한 시장 변동’에나 집중하기 바란다. 금융노조와 10만 금융노동자들이 지켜볼 것이며 외압을 행사하는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 부문 노동계 원로들은 “오이 밭에 가서 신발끈을 고치지 않고 배나무 밑에 가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 것이 우리 선비들의 오랜 전통이자 예법”이라면서 금융당국이 문제를 확대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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