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코오롱 그룹이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부가·친환경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나섰다. 코오롱그룹은 우리 사회 공익, 특히 스포츠 분야에 크게 기여해 온 기업집단이다. 다루는 분야가 산업재 사업이 많아서 B2C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기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국내 최초 나일론 생산으로 한국의 섬유산업을 이끌어 온 이 그룹은 전자, 유통, 건설, 화학, 제약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왔고 IMF 위기를 극복하고 난 다음부터는 변신을 거듭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섰다.

그룹은 최근 이웅렬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이 지주사 코오롱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케 하면서 본격적인 4세대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집단에서도 4세대 경영이 등장하면서 코오롱의 4세대 경영 스타일과 순조로운 접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이규호 부회장은 지주사인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업계에서는 이웅렬 명예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2018년 이후 이사회에 오너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이규호 부회장의 본격 등판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전문경영인은 아무래도 당해 연도 실적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아서 장기간의 설비 및 연구 투자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이 때문에 오너 4세 경영자의 현장 투입과 이사회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이미 그룹은 지난 해 말의 정기 인사에서 40대 임원들을 대거 선보였다. 젊은 그룹 새로운 미래를 표방하는 변신을 보이기 위해서다.

위기를 기회로 변신의 날개를 달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관련 업종들도 함께 어려움을 지나왔기에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6% 감소한 1029억원을 기록했고 주력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은 1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영업이익 128억원으로 92.33% 줄어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이규호 부회장이 등판한 것은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이끌었던 코오롱모빌리티는 타 계열사에 비해 실적이 좋았기에 이 부회장이 난국을 극복할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해까지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사업부에서 인적분할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홀로 이끌어 왔다. 코오롱모빌리티는 2023년에 연결기준 매출 2조403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해 부러움을 샀다. 당기 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집계됐다.

내용도 좋았다. 신차 판매량은 2만7584대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금리 인상 여파가 있었으나 하반기 BMW 중형 세단 뉴 5시리즈의 약진이 큰 힘이 됐다.

이같은 경영리더십을 그룹 전체에 투입해 그룹의 변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코오롱그룹 전반을 보면 고부가가치·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변신의 귀재라 불릴 만큼 위기를 극복하며 사업을 전환하고 규모있게 꾸려가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수소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그룹은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협력하는 차원에서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발전 등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고 있다.

수소 생산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 사업은 당장의 단기 수익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미래 투자가치의 확보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 2023년 9월, 최근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생성, 축적되는 수소 매장지 발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미국 에너지부가 앞장 서서 지하의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추출하는 기술 연구에 2,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세계 각국들이 수소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코오롱그룹과 7,8개 그룹이 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수출까지 연결되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이미 착수한 곳도 여럿이다.

소재 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계열사 코오롱ENP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3대 플라스틱·고무 전시회인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24’에 참가한다. 이 전시회는 26일까지 중국 상해 홍차오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는데 전세계에서 약 3,9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순환경제, 혁신소재, 디지털화로 산업 효율성과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시연한 각축의 장이었다.

코오롱ENP는 Empowring(힘을 싣다) New(새로운) Possibility(가능성)의 의미를 담은 새로운 사명이다. 차이나플라스 2024 참가는 이러한 비전 실현과 닿아 있다. 이 회사는 전시회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 사업을 홍보하고 글로벌 시장의 잠재 고객을 발굴할해 나가게 된다.

특히 코오롱ENP는 이번 전시회에서 친환경 제품브랜드인 ‘에코(ECHO)’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소부장 산업의 주력 제품인 POM(폴리옥시메틸렌)에서는 석유화학기반 원료를 대체한 바이오 폐기물 원료를 사용한 ‘ECHO-B’, 탄소를 포집하여 생산된 원료를 사용해 탄소발생을 줄인 ‘ECHO-LC(Low Carbon)’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로 생산된 원료를 적용한 ‘ECHO-E’ 등 제품군이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컴파운드 제품군에서는 최종 소비자가 사용 후 폐기하거나 산업 부산물로 배출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폐기물 발생량과 탄소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제품인 ‘ECHO-R’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선보이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와 전시회 참가

코오롱인더스트리도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 26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용 섬유 전시회 '2024 테크텍스틸'에 참가해 탄소절감 기술력과 친환경 제품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한다.

독일서 열리는 2024 테크텍스틸은 다양한 산업용 섬유의 혁신적인 소재부터 기술까지 소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올해는 전 세계 50개국 1,300여개 업체가 참가하며 4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예정이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주력 제품인 아라미드의 혁신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말 더블업 증설을 통해 1만5,310t까지 아라미드 생산량을 확대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을 통한 납기 개선과 품질 관리 극대화, 탄소 절감 등으로 고객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졌다면서 영업환경 개선과 석유수지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올해 영업이익은 약 2570억 원로 전망했다.

한편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이 국제 제약·바이오 전시회에 참가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바이오텍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 제약·바이오 전시회(CPhl Japan)에 공동으로 참가해 공동 부스를 설치하고 브랜드 홍보와 현지 파트너링 강화에 나선다.

CPhI Japan은 현지 제약업계 최대 행사로, 47개국 2만4000여 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제약, 생산, 아웃소싱, 바이오 솔루션 등 최신 동향을 교류하게 된다.

CPhI Japan에 처음 참가하는 코오롱바이오텍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엑소좀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 소개에 나선다. 최근 후기 임상시료 생산 및 일본 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그룹내 전방위적 활발한 변신의 움직임이 이규호 부회장의 본격 등판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사진=코오롱)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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