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원한다. 제조사는 이런 소비자를 곁에 두려고 신제품을 쏟아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혁신이라는 열매를 딴다. 대형 화면이나 빠른 처리 속도는 이런 혁신의 축에 끼지 못한다.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중국의 신흥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같은 사양을 갖추고 가격은 3분의 1에 내놓는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샤오미는 자국 내 시장 1위를 차지했고 화웨이나 레노버 역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간다.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도 수성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잡스의 ‘한 손 철학’을 내려놓고 대화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종이에 글을 쓰듯 미려한 필기감이 장점인 갤럭시노트에 구부러진 디스플레이를 더한 갤럭시노트 엣지를 내놨다.

▲갤럭시 노트 엣지, 갤럭시노트4에 곡면 디스플레이를 더했다.

지난해 CES 기간 중 잠시 선보였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갤럭시노트 엣지에서 실용화한 것이다. 물론 혁신을 바라보는 소비자와 제조사의 시선이 같을 수는 없다.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친편일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네모반듯한 직사각형 형태를 한 대형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갤럭시노트 엣지가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화면 표시 공간을 측면까지 늘린 것에 불과하지만 디자인 관점에선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제로 베젤 스마트폰이 인기를 끄는 요즘 갤럭시노트 엣지는 아예 베젤 자체를 없애버렸다.

▲ 갤럭시 노트 엣지 위에서 봤을 때

▲ 갤럭시 노트 엣지 뒷모습. 아래 S펜이 보인다.

▲ 정면에서 오른쪽이 곡면 디스플레이로 이어진다. '엣지 스크린'이다.

◇ 정보 알리미 ‘엣지 스크린’=갤럭시노트 엣지는 갤럭시노트4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제품이다. S펜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필기감, 2560×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 QHD 디스플레이, 1,600만 화소 카메라 등 주요 기능이나 사양은 갤럭시노트4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즉 엣지 스크린이다. 화면 오른쪽을 곡면 처리한 엣지 스크린은 서브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며 메인 화면과는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 엣지 스크린이 표시되지 않을 때, 표시했을 때 비교. 엄지로 슬쩍 밀면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엣지 스크린을 슬쩍 밀고 당기면 자주 사용하는 앱이 줄지어 나타난다. 잘 보면 메인 디스플레이와 관계없이 어느 때가 앱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윈도7 시작 메뉴나 작업 표시줄을 묶어 놓은 런처 같은 느낌이다. 엣지 스크린에 표시할 수 있는 정보가 앱이 전부는 아니다. 트위터 알림이나 뉴스, 날씨 같은 정보를 표시하고 전화나 이메일 수신 알림을 표시할 수도 있다. 엣지 스크린에 표시할 내용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 엣지 스크린에서 게임도 가능하다. 기본 패널 외에 다운로드로 추가할 수 있다.

며칠 써보니 트위터 알림과 S헬스 만보계 등 무심코 확인하는 정보를 엣지 스크린에 표시해두면 제법 편하다. 하나 이상 앱을 폴더로 묶어서 표시할 수도 있다. 순서도 바꿀 수 있어 자주 사용하는 화면을 홈으로 설정해두면 메인 화면을 들락날락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엣지 스크린 활용을 높이기 위해 유틸리티 몇 개를 넣었다. 엣지 스크린 상단을 아래로 슬쩍 스와이프를 하면 자와 알람, 타이머, 손전등, 음성 메모가 나타난다.

◇ S펜의 진화=갤럭시 노트 엣지의 또 다른 장기는 S펜이다. S펜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실력이 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펜촉 감도를 2배인 2,048로 끌어올려 종이에 글을 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면에 쓰는 대로 따라오는 속도, 붓과 만년필 압력까지 눈치 채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글 쓰는 맛이 제대로다. 개인적으론 메모할 일이 많아 항상 펜과 종이를 준비하는데 갤럭시노트 엣지를 써보니 대역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인식률이 점점 좋아지는 S펜. 종이에 글 쓰는 것 처럼... 기능적으로 스마트 셀렉트 기능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서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 보통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면서 메모한다. 하지만 갤럭시노트 엣지는 모든 걸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보이스 리코더 수준 녹음 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주머니에 넣어두면 녹음 품질이 떨어지는 걸 감안할 때 메모하면서 상대방과 가까이 마이크를 둘 수 있는 갤럭시노트 엣지는 여러모로 편하다. 메인 화면은 메모장과 엣지 스크린은 음성 메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음성 메모 성능도 끌어올렸다. 일반, 인터뷰, 회의, 음성 메모 4가지 옵션을 지원한다. 일반 옵션도 충분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보이스 리코더 부럽지 않은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화면에 보이는 무엇이든 캡처하고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다. 텍스트로 변환도 된다.

▲ 악필도 준수한 글씨체로 바꿔주는 게 S펜의 능력이다.

▲ S펜을 쓸 때 주요 도구가 엣지 스크린에 표시된다.

그렇다면 S펜 진화나 감도 향상이 전부일까. 새로 추가된 스마트 셀렉트 기능도 쓸만하다. 화면에 S펜을 가까이 한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나타나고 여기서 스마트 셀렉트르 선택하면 S펜으로 화면에서 원하는 부분을 캡처할 수 있다. 잘라낸 부분은 이메일과 카카오톡 첨부파일로 보낼 수 있다. 앱과 동영상 등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걸 캡처할 수 있다.

◇ 스마트폰 디자인의 변주곡=갤럭시노트 엣지를 쓰면서 느낀 건 이목을 끄는 엣지 스크린의 편의성이다. 처음에는 별 것 있겠나 싶었지만 의외로 실용적이다.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전화나 메시지, 카메라 같은 자주 사용하는 기본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5인치 이상 큰 화면을 갖춘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사용할 때 오는 불편함을 해결하면서 오른쪽 엄지 역할을 극대화했다고 할 수 있다.

S펜도 적응기를 거치면 쓸모가 많다. 취재 현장에선 여전히 종이와 펜을 사용하기도 한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아날로그적 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드웨어 문제 탓에 유리에 쓰는 느낌까지 지울 수는 없지만 언제든 취소할 수 있고 펜촉과 컬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엣지 스크린과 S펜 조합은 스마트폰 디자인과 입력 인터페이스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보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도 5.7인치 대형 스마트폰에 한 손 사용을 가능하게 한 엣지 스크린은 갤럭시S5 후속 모델 등 삼성전자의 다른 스마트폰의 주요 UX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동시에 전통적인 스마트폰 디자인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변주곡이 될 수도 있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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