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PC다.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컴퓨터 종가 격인 IBM PC 부문, 최근에는 IBM 서버 부문까지 인수했다. 하드웨어는 다 가져온 셈이다.

모바일로 눈을 돌려보면 휴대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모토로라는 품에 안았다. 그렇다고 레노버를 단지 인수합병만으로 큰 회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다양한 IT 부분, 하드웨어 쪽에서 특히 경쟁력을 가진 곳이다.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나 애플 다음 위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명 황금투사(Golden Warrior)라고 불리는 제품은 레노버가 선보인 보급형 LTE 스마트폰이다. 무엇보다 쿼드코어를 넘어 옥타코어를 넣고도 20만원대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 남성적인 디자인=애플 이후 미니멀리즘은 이제 제품 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추세다. 박스는 정갈하며 황금투사, 중국어로 황금두사라고 적혀 있는 게 보인다. 리뷰를 진행한 제품은 렌통이라고 불리는 중국연통 제품이다. 이 회사 통신망을 지원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LTE망과 무리 없이 연결된다.

구성은 단출하다. 중국산 보급형 스마트폰이 그렇듯 배터리 하나에 본체, 케이블, 간단한 설명서와 충전기가 전부다. 충전거치대나 이어폰은 빠져 있다.

첫 느낌은 흔한 스마트폰 디자인임에도 어딘지 갤럭시나 베가 아이언을 섞어 놓은 듯한 것이다. 옆면 테두리를 금속 재질로 처리한 까닭이다. 덕분에 무게는 조금 나간다. 실제로 조금 묵직한 느낌이며 전체적인 디자인은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겉면에는 광택이 있고 조금은 싸게 보이는 플라스틱이다. 케이스를 꼭 끼우는 게 좋겠다. 전원과 볼륨 버튼은 모두 오른쪽에 몰았다.

카메라가 조금 튀어나와 있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이렇게 튀어나오면 흠집이 나기 쉽다. 물론 대부분 케이스를 쓰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 케이스를 끼우면 확실히 달라진다. 스피커가 위쪽으로 자리잡고 있는 건 조금 특이하다. 스피커 볼륨은 상당히 큰 편이다.

하드웨어 키는 따로 마련했다. 순서는 메뉴와 홈키, 되돌리기다. 전체적인 터치감은 무리 없는 수준. 버튼의 고급스러움은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중저가 제품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이보다 눈길을 끈 건 충전단자가 위쪽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충전단자는 아래 혹은 옆면에 있다는 상식 아닌 상식을 파괴한 것이다. 물론 쓰다보면 전혀 이상하지는 않다. 참고로 뒷면 케이스가 상당히 분리하기 힘든 편이다. 속 편하게 유심과 메모리 등을 넣고 다시는 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물론 이럴 경우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은 사라지겠지만.

보급형이지만 카메라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하다. 뒷면은 1,300만 화소이고 셀카에 주로 쓰이는 앞쪽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상당하다. 물론 화소수가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디카에서 높은 화소수는 상당한 메리트인 것도 분명하다. 실제 중국 내에선 셀카에 강한 점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잡고 있다.

유심 슬롯은 하나이며 메모리 슬롯도 준비되어 있다. 특이한 건 나노나 마이크로가 아닌 일반 유심을 쓴다는 것. 대부분 LTE 스마트폰과는 다른 점이다. 유심을 선택할 때 주의가 필요한 것. 요즘 어댑터가 잘 나와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터리는 2,500mAh다. 여전히 리튬이온이라는 점은 보급형이라는 걸 감안해도 다소 아쉽다. 참고로 다른 폰보다 충전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다.

부팅을 하면 마치 노트북을 떠올리게 하는 레노버 로고가 보인다. 테마를 이용하면 부팅 화면과 소리도 바꿀 수 있다. 첫 화면은 조금 투박하다. 전체적인 색감은 뭐랄까 지나치게 원색적이다. iOS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iOS에서 세련미를 버리고 동심을 장착한 듯하다. 무엇보다 화면락을 반드시 위쪽으로 열어야 하는 방식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액정은 5인치이고 하드웨어 키가 따로 나와 있어서 실제보다 넓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소프트 키는 이런 점에서 단점이 있다.

부팅을 하고 다시 초기화를 하니 바로 한글과 통신망을 잡는다. 조금은 신기했다. 물론 한글 메뉴가 있어도 상당 부분은 영어이며 간혹 중국어가 뜨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한글화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UI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디자인은 조금 더 손을 봐야할 듯하다. 어쨌든 한글화와 구글 관련 앱 설치는 상당히 쉬운 편이다.

조금 특이한 건 업데이트를 앱 하나하나 따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메뉴 업데이트를 해도 되지만 이런 점은 재미있다. 하지만 레노버 앱과 ViBE라는 UI에 대한 점수를 매기자면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레노버가 디자이너를 새로 충원하기를 기대해야 할 듯하다. 물론 현실적으론 수많은 런처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보급형 스마트폰에 옥타코어가?=AP는 중국 스마트폰에서 영향력이 높은 미디어텍이 MT6592라는 코드명으로 지난해 선보인 제품을 썼다. 코어텍스-A7 8개를 담은 것. 사실 이 제품이 나오고 적잖은 논란이 있었는데 진짜 코어 8개가 동시에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것이었다.

코어가 늘어나는 만큼 성능이 배수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또 코어가 일하는 작업 단위인 쓰레드를 잘게 나눠 처리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지원과 발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32비트 안드로이드에선 옥타코어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이른바 짝퉁코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보급형 제품에 옥타코어를 썼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좀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벤치마크나 시스템 상에선 옥타코어로 잡히며 싱글과 멀티코어 성능 차이는 5.4배 가량이다. 보통 쿼드코어라면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안투투 등을 이용해서 측정해보면 경쟁 모델 격인 화웨이의 아너3C보다는 좀더 높은 점수를 보인다. 물론 실사용에선 이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지만. 어쨌든 가성비를 따진다면 말 그대로 천하무적인 수준 아닐까 싶다. 이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 밖에 사진의 경우 색감은 매우 부드럽고 화질도 좋다. 화소수는 상당한 매력 포인트인데 색감의 경우 정확한 화이트밸런스에 힘입은 바가 크다.

◇ ‘가성비 깡패급’ 보급형 LTE폰=이 제품은 옥타코어를 비롯한 보급형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한 강력한 하드웨어를 담았다. 덕분에 아주 부드럽게 작동한다. ViBE UI는 세련되지 않지만 안정성은 괜찮다. 앞으로 다양한 롬을 선보일 게 확실하니 이른바 롬질을 할 수 있는 확률도 높다.

아쉬운 점도 많다. 배터리가 그리 강력하지 않다. 옥타코어 탓인지 UI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력소비량은 좀 있다. 충전 속도도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카메라는 화소수나 실제 품질 모두 만족스럽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을 써보니 GPS는 상대적으로 늦게 잡는 편이다. 대부분 중국산이 그렇듯 아직 5G 주파수 대역대를 쓰지 못하는 점은 못내 아쉽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음질이다. 스피커는 너무 소리가 크고 이어폰으로 듣는 음질도 평균 수준보다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잊을 만한 가공할 가격대비 성능은 이 제품의 모든 단점, 심지어 그렇게 열기 힘든 후면 커버마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줄 만하다. 그냥 가성비가 높은 정도가 아니라 콕 짚어서 황금투사, A806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압도적이다.

김영로 IT칼럼니스트  daniel@dwcts.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