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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로봇을 간절히 원하는가?




1920년 체코의 한 소설가가 ‘로봇 R.U.R’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갑자기 등장한 어떤 새로운 존재가 세상의 권력을 잡고 인간을 말살하려 하지만 인간은 시련과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애쓴다는 다소 어두운 줄거리를 갖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새로운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로봇이다. 체코 소설가였던 카렐 차페크(Karel Capek)는 기술 문명의 상징으로 로봇이라는 단어를 이 작품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 카렐 차페크의 작품에서 인간의 적으로 묘사되고 어두운 이미지를 상징하던 이 로봇은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첨단 기술이 집약된 개념으로 바뀌어 발전했다.

1959년 미국 GM이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첫 산업용 로봇을 개발한 이후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로봇 개발에 열을 올렸다. 특히 일본은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였다. 혼다는 1997년 처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로봇 P2를 공개했고 1999년 소니는 강아지를 닮은 최초의 애완로봇인 아이보(AIBO)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보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50단어 이상을 알아들었고 사용자 기호에 맞춰 행동하도록 조종할 수도 있었다. 당시 가격이 300만 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물량 3,000개가 20분 만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초기 모델 이후 7년 동안 5가지 모델로 발전했고 벌어들인 총수익은 3,000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보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TV 등 주요 산업의 경영 악화로 이후 로봇 개발은 모두 중단됐다.





로봇 부활의 신호탄=아이보의 죽음 이후 로봇을 개발하던 회사들은 경영 악화로 대부분 문을 닫았고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멀어져 갔다. 로봇은 사람에게 그저 먼 미래의 제품 같은 아련함만 남긴 채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로봇이 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불을 지핀 당사자는 바로 구글이었다. 구글이 직접 로봇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거액을 들여 로봇 개발 회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했다. 뉴스에도 각종 로봇 관련 기사가 속속 올라왔다. 누군가는 금방이라도 로봇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처럼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곤 했다. 과연 로봇의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인가.

우선 구글이 어떤 로봇 회사에 투자를 했는지 살펴보자. 구글은 로봇 회사 7곳을 인수했는데 이 중 보스턴다이내믹스(Bosten Dynamics)와 샤프트(Schaft)가 단연 눈에 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08년 유튜브에 직접 자사가 개발한 로봇인 빅독(Big Dog) 영상을 찍어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영상을 보면 어떤 한 남자가 네 발로 걷고 있는 로봇을 옆에서 힘껏 발로 찬다. 그 순간 로봇 빅독은 옆으로 넘어질 듯 보이지만 네 발로 이리저리 움직여 균형을 되찾고 결국 다시 원래 상태로 걷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 외에도 얼음판 위를 자연스럽게 걷는 로봇, 40km/h 이상으로 달리는 치타 로봇, 사람처럼 걷는 펫맨(Petman) 로봇 영상도 공개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구글이 인수한 또 다른 기업인 샤프트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가 주최하는 로봇 경진대회 DRC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한 기업이다.

DRC는 재난 현장에서 실제로 투입될 수 있는 로봇을 가려내기 위해 열린다. 로봇이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해 현장에 도착하는 미션, 차에서 내려서 장애물을 통과하고 건물 문을 열거나 사다리를 타고 진입하는 미션, 밸브를 잠그고 부품을 교체하는 미션 등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하다.

샤프트는 이 대회의 모든 미션을 통과한 유일한 기업으로 대회 참가자를 패닉에 빠뜨릴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을 자랑했다.

보이지 않는 로봇들=보스턴다이내믹스와 샤프트의 시연 영상을 보고 있으면 로봇의 시대가 금세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로봇의 시대가 그렇게 빠르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로봇 대부분이 군수용 또는 산업용으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글이 인수한 로봇 회사 중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보행 기술에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고 샤프트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즉 험난한 지형에서도 잘 걷고 사람을 대신해서 위험한 재난 상황에 뛰어들 수 있는 기능, 이는 곧 군수 로봇이 갖춰야 할 기능이라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1월 미국은 군인 병력을 현재 52만 명 수준에서 2019년까지 45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그 공백을 로봇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군수용 외에 산업용 로봇은 운송업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제품 운송 과정 중 제품을 분류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이른바 보틀넥(Bottlee neck)이다. 구글과 아마존이 추진 중인 로봇 산업은 이런 어려움을 다소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13년 인더스트리얼퍼셉션(Industrial Perception)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제품 박스의 모양, 색 등을 보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면 제품 분류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아마존은 2013년 12월 로봇 프라임에어를 이용해 제품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2014년 7월 미국연방항공국(FAA)에 제품 테스트 허용을 공식 요청했다. 아마존에 따르면 프라임에어는 80km/h 속도로 2kg 이하 제품을 배송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로봇을 면밀히 살펴보면 군수용과 산업용에 치중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로봇이 분명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제 몫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로봇 전문 기관인 월드로보틱스(World Robotics)에 따르면 2013년 팔린 로봇 개수는 18만 대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누적된 로봇의 수만 따져도 벌써 260만 대가 넘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노동인구 1만 명당 로봇 430여 개가 설치되며 전 세계 국가 중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로봇이 많이 퍼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이 로봇을 마치 먼 나리 얘기인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로봇이 대부분 산업이나 군사 현장에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로봇이 아닌 ‘보이는 로봇’이 많이 보급되어야 한다. 여기서 보이는 로봇은 개인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의미한다.



반려로봇, 가정용 로봇의 킬러앱이 될 수 있나=산업용 로봇은 제공하는 효용 가치가 분명하다. 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로봇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로 연간 9억 1,600만 달러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에 로봇이 많은 이유도 자동차나 전자 기기 공장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용 혹은 가정용 로봇은 사용처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효용 가치가 낮아 쉽게 확산되기 어렵다.

가령 2014년 소프트뱅크가 야심차게 공개한 로봇 페퍼는 일종의 반려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람들과 농담도 할 수 있고 때로는 사람들을 위로 해주는 감성적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감성을 보듬어주는 목적이라면 세상에는 이보다 우월한 수많은 대체재가 있다. 딱딱한 기계음을 내는 로봇이 아닌 살아 있는 눈동자를 가진 반려동물이 대표적인 예다. 또 개인의 일상을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반복적 동작에 특화된 일반 로봇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기껏해야 청소나 설거지 않은 가사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첨단 가전 제품이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개인용·가정용 로봇이 확산되기 어려운 또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의 기대치 탓이다. 사람들은 영화 트랜스포머를 비롯해 각종 영화 등에서 이미 로봇을 오랫동안 접해왔다. 시장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기대치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것이다. 어떤 기업이 수년간 돈을 쏟아 부으며 고생해서 로봇을 만들었다고 해도 높은 기대치를 가진 사람들이 환호해주기는 그리 쉽지 않다.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신념 있게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의 수가 얼마나 될 것인가.

구글의 로봇 기업 투자로 인해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당장 우리 곁에 로봇이 다니는 광경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선도 기업이 투자한 로봇은 군수나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뿐 개인이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일상으로 로봇이 들어오기에는 이미 수많은 대체재가 있다. 가정에서 보다 많은 로봇을 보기 위해서는 이런 대체재와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로봇에 대한 기대치를 단기간에 만족시키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개발을 가장 열심히 했던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당시 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했던 로봇 대부분이 오동작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미흡한 완성도는 사람들을 실망시켜 결국 확산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이런 장애물을 극복해나가야 할 때다.이 기사는 한스미디어 협조로 <2015-2017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한스미디어. 김상훈 저)> 중 일부를 발췌, 게재한 것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자 : 김상훈 |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스탠포드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하이테크 마케팅, 문화예술 마케팅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정진기언론문화 대상,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했으며, 《하이테크 마케팅》 《상식파괴의 경영트렌드28》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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