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지구 전체로 퍼져 갔는지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 진출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이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화석이 최근 발견되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인류의 확산 과정과 현생 인류 앞에 존재하던 네안데르탈인 멸종 이유 등 여러 학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시작은 중국과학원 소속 고고학자 류우(劉武) 교수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푸옌 동굴에서 지금부터 8만∼12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치아 47개를 발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인류 확산 시기를 6만 년 전이 아니라 8만 년 전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16만∼19만 년 전에 태어난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이스라엘 샤니다르 동굴 등 유적에서 발굴된 걸 보면 인류가 이곳에 8만∼12만 년 전에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화석은 이전 시대 인류의 특징을 갖고 있어 현 시대와의 경계에 있지만 완전히 현생 인류와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시에 이 화석은 아프리카 대륙 경계를 조금 넘어선 정도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실패한 이주였던 것이다. 인류가 8만∼12만 년 전 유럽 입구에 도착했지만 당시 네안데르탈인이 차지하고 있던 땅에 이르는 데에는 다시 5만 년이 걸렸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성공한 시기를 6만 년 전후라고 봐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번에 발견된 치아는 완전히 현생 인류의 것이다. 8만 년 이상 전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인류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에 아시아에 진출했다는 얘기다. 유럽과 동부 지중해보다 3만∼7만 년 빨리 현생 인류와 같은 인간이 아시아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생인류는 아프리카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깬 것.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결론을 보류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제까지 네안데르탈인은 문화적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현생 인류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생 인류는 왜 네안데르탈인이 없는 아시아에 너무 쉽게 이동할 수 있었을까. 네안데르탈인은 겨울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다. 반면 열대에 태어난 호모사피엔스가 이곳까지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이 추위가 이유로 지목된다. 이런 어려움 탓에 수십만 년 동안 단절되고 네안데르탈인은 고통을 받다가 쇠퇴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호모사피엔스가 유럽을 정복할 기회를 얻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담은 이번 발견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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