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나 전자제품 등 대량 생산품을 수출할 때에는 컨테이너를 이용한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운송되는 것. 해외에서 생산된 물건이 올 때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소비자가 컨테이너를 직접 보거나 왜 컨테이너를 사용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물류 구조나 컨테이너로 인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국제 규격 컨테이너는 모두 통일되어 있는 만큼 어떤 선박이라도 화물을 컨테이너에 포장하면 전 세계 어떤 항구라도 운송할 수 있다. 덩치가 큰 수송선은 ISO 표준 사양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1만 3,167개까지 적재할 수 있다. 항구에 위치한 크레인을 이용하면 시간당 150개까지 컨테이너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고 한다.

4월 중순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북해로 나온 선박을 예로 들면 영국 남부 항구를 거쳐 싱가포르, 6월이면 부산에 도착한다. 2개월 남짓 기간 동안 수송선은 2만km 넘는 구간을 이동해 전 세계 11개에 달하는 항구에 기항한다. 연간 이 루트를 4∼5회 오가면 연간 화물 운송량은 140만 톤에 달한다. 이 금액을 아이패드로 환산하면 18억 대 상당이다.





컨테이너가 등장하면서 대량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화물을 전 세계에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컨테이너는 하나하나가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지점별로 효율적인 수송 루트를 산출하는 건 물론이다. 2014년 전 세계에서 5억 6,000만 개에 달하는 20피트 컨테이너가 운송됐으며 중량을 모두 합치면 15억 톤에 달한다. 석유나 철강, 석탄 등을 빼면 그 밖에 90%를 차지하는 의류와 자동차, 컴퓨터 같은 물품은 모두 컨테이너로 운송한다.

컨테이너 수송은 단순히 대형 선박을 이용해 항구끼리 옮기는 것 뿐 아니라 짐을 담은 컨테이너를 수송 선박에서 항구로, 다시 운반 트럭을 이용해 육상으로 가고 컨테이너 철도 수송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컨테이너는 이런 복잡한 과정이나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잇다. 트럭이나 기차는 국제 규격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크레인도 마찬가지로 같은 크기 컨테이너를 신속하게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만든다. 덕분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의류를 유럽 고객에게 인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5일, 셔츠 장당 수송비용도 단 1센트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 컨테이너는 수송비용을 억제해 제조업의 글로벌화를 실현하게 해줬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한 건 지난 1956년 4월 26일. 컨테이너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인인 말콤 매클레인이다. 컨테이너가 등장하던 시기 많은 회사가 독자 규격 컨테이너를 도입하기 시작한 탓에 다른 기업의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이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컨테이너 표준화를 실시한 건 1961년이다. 10, 20, 30, 40피트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선박에 미국에서 연방 보조금을 지불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 뒤에 국제표준화기구인 ISO가 컨테이너 설계를 표준화해 해당 크레인을 도입하면 어떤 항구라도 화물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됐다.





컨테이너 덕에 198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에서 북미간 선적 비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지금도 운송비용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언뜻 보면 간단하고 단순한 상자일 뿐이지만 컨테이너가 전 세계에 준 영향은 상당하다. 빌 게이츠 역시 2013년 기억에 남는 책 7권을 꼽으면서 말콤매클레인과 컨테이너의 미래에 대한 책인 컨테이너 이야기를 선정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읽고 컨테이너에 대한 견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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