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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잠을 잘까
  • 윤신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8.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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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잠을 자는 진짜 이유는 뭘까. 수면은 뇌에 기억의 구성이나 감정 조절 등 수많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체온 조절과 면역체계 등 인체 기능에도 중요하다는 게 과거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왜 인간이 잠을 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노스웨스턴대학 레비 알라다(Ravi Allada) 교수에 따르면 잠의 식별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조용한 것과 근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 비해 반응이 느리고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식별 요소다.

인간이 고양이의 수면이나 파린, 지렁이의 수면을 식별할 수는 없지만 앞서 설명한 식별 요소가 조건이라면 파리나 선충도 잔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생물은 이런 요구 사항을 만족하는 잠을 잔다.

수면의 이상한 점은 생물에게 불리한 것임에도 자연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발달해왔다는 것이다. 수면은 크게 REM(rapid eye movement sleep) 수면과 논REM(slow wave sleep) 수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사시대 생물은 논REM 수면 밖에 하지 않았지만 이후 REM 수면을 취하는 생물이 나타난 것이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지만 알을 낳는 동물이다. 공룡이 한참 번성했던 중생대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오리너구리는 REM 수면을 취한다. 다시 말해 2억 2,000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초기 포유동물도 REM 수면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살았던 공룡은 멸종했지만 일부 공룡의 후손인 새 역시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REM 수면을 취한다. 이 때문에 REM 수면은 포유류와 조류에 기원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REM 수면이 생긴 걸까. REM 수면은 진화의 부산물이라는 설이 있다. 포유동물의 조상인 단궁류(Synapsid)와 파충류의 조상은 같은 양막류(Amniote)다. 양막류는 낮에 활동하고 있었지만 항온성을 얻게 되자 야행성 동물로 진화한다.

야행성 단궁류는 낮에는 몇 시간씩 수면을 취하고 저녁에 활동한다. 이를 통해 포식자와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만 다른 한편으론 신경 메커니즘은 진화 전 상태였다. 다시 말해 원래 가만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시간과 먹이를 취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하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활동의 시간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뇌의 패턴이 계속된 것이다.

뇌가 진화하면서 실제 행동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양막류가 가만히 몸을 따뜻하게 할 때 뇌 상태를 논REM 수면으로, 낮 활동은 REM 수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몸이 마비를 일으켜 꿈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화의 부산물로 REM 수면이 태어났다는 데에는 찬반양론이 있다.

논REM 수면을 할 때 인간의 뇌는 휴식 상태가 되지만 반대로 REM 수면을 할 때에는 뇌는 활성화된다. REM 수면을 하는 동안 뇌는 다양한 작업을 한다. 기억에 관한 건 물론 감정 조절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을 생각해내려고 하면 신나는 생일과 처음 학교에 가서 부모님과 떨어져 있을 때의 무서움 등 기억 대부분은 감정적인 이벤트다.




물론 기억은 감정적인 내용이지만 현재의 자신을 감정적으로 흔드는 건 아니다. 이는 REM 수면이 원래 사건에서 느낀 감정을 포함하지 않은 형태로 기억을 다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뇌와 기억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플래시백(flashback)을 통해 사건이나 당시 품은 감정을 그대로 다시 경험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PTSD를 앓는 병사는 자동차 소음에서 전쟁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고동이나 손바닥의 땀 등 정서적 반응까지도 다시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뇌가 감정 기억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이혼의 원인으로 우울증 징후가 있는 사람들이 꾸는 꿈에 대해 조사했다. 1년에 걸친 조사 결과 우울증에서 회복한 사람은 가장 오랫동안 비참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이런 반대로 이런 게 없는 꿈을 꾸던 사람은 장기간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포유류와 조류만 REM 수면을 취하는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항온성 획득에 따른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힘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연구자도 있다.

동물 대부분은 REM 수면을 전체 수면 중 10∼15%만 차지한다. 반면 인간은 수면 중 25% 가량이 REM 수면이다. 인간의 사회적 상호 작용이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REM 수면에 앞서 등장한 논REM 수면의 기원으로 간주되는 건 뇌의 세정작용이다. 뇌의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가 존재하고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되어 수용체와 결합해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 신경 전달 물질은 시냅스에서 구축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가 발생한다. 따라서 신경 전달 물질을 씻는(세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뇌 속에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불리는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세척 메커니즘이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2013년에는 글림프 시스템이 논REM 수면을 할 때 활발해진다는 게 발견됐다. 글림프 시스템에 의해 청소되는 용질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아직 분석되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5NMscKJws

하지만 연구자 중에선 용질 중 신경 전달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만일 그렇다면 왜 불리한 점이 많음에도 생물이 자는지에 대한 의문에는 신경전달물질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설명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수면 시스템이 먼저 발달하고 부차적으로 뇌가 이런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수면의 기원을 해명하려면 해파리 같은 원시 생물을 조사하는 동시에 가만히 있거나 활동하는 2가지 시간대만 존재하는 단세포 생물을 두고 수면의 기원을 해명하는 게 힌트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모두 잠은 깨어 있는 동안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명체의 시스템 복구라는 발상에 근거를 한 것이다. 이 출발점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수면의 기원은 여전히 수많은 수수께끼 속에 휩싸여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신철 칼럼니스트  creact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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