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16세기경 만들어진 책 표지와 안쪽에 보강용 종이로 중세에 쓰인 사본이 이용된 게 발견됐다. 또 X선 분석 기술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고서를 재단하지 않고 사본에 기록된 문자 읽기에 성공했다.

근세 고서 장정에 중세 사본이 이용된 건 지금까지 손상된 고서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사본 대부분은 장정 안쪽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고서를 언뜻 보면 사본 전체를 볼 수 없다. 또 장정이 깨끗하게 남은 고서는 장정 내부를 보려면 책을 재단해야 하며 귀중한 고서를 해칠 수 있다.

네덜란드 과학자 그룹은 매크로 형광 X선 분석 기술(macro x-ray fluorescence spectrometry MA-XRF)을 이용해 책을 재단하지 않고 내부에 숨겨진 사본 해독을 시도했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 델프트대학 조리스 딕(Joris Dik)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전용 X선 분석 장치를 이용해 고서를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를 검사한 것이다.





또 16세기 만들어진 고서 표지 안쪽에 문자가 겹쳐 숨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 잉크 성분 분석을 실시해 철과 구리, 아연 비율을 통해 표지 안쪽에 있는 중세 사본 조각을 판명했다. 다시 말해 중세에 쓰인 사본은 후세에 재활용해 새로 책의 장정을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재단한 사본을 몇 겹 겹쳐 붙였다는 얘기다.

매크로 형광X선 분석을 통해 발견한 건 15세기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사본과 8세기 영국 성직자인 베다가 남긴 문서 발췌를 포함해 12세기 사본 등 고서 5권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를 문서 역시 매크로 형광X선 분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통해 풀로 붙여 놓은 페이지 3장을 별도 데이터로 구분, 문자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보물처럼 소중한 것이라면서 발견된 사본 대부분은 14∼15세기에 작성된 것이지만 그 중에는 9세기 이전 시대 것도 있다고 한다. 사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아주 오래된 성경 사본이라고 한다. 또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고서와 동시대 문서가 대영도서관이나 옥스퍼드대학 등에 수천 권 소장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발견을 시작으로 과거 고서를 연구하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네덜란드 왕립예술과학아카데미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앞으로 계속 진행되게 된다. 하지만 한 번 분석에 24시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문제 때문에 더 빠른 분석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희용 IT칼럼니스트  flygr@naver.com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