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가장 목 좋은 자리에 아마존 킨들 시리즈 최신 모델인 킨들파이어 HDX 8.9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전체 하드웨어 매출이나 이익에선 아무래도 아이패드가 더 좋지만 아이패드는 오른쪽 구석 작은 배너 한 켠을 차지할 뿐이다.

사실 아마존 킨들은 매출도 아이패드에 떨어지지만 심지어 팔 때마다 손해가 발생한다. 뭐든지 검색해준다는 구글에서 킨들 판매 손실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면 킨들이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킨들파이어는 2011년 기준 대당 50달러(한화 5만 3,000원대)씩 손해를 본다는 뉴스가 나온다. 킨들 브랜드 초기 홍보 목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까.

다시 1년이 지난 2012년 11월 뉴스를 보면 기사 제목은 ‘킨들 HD 원가 207달러…남는 게 있나?’다. 내용인 즉 새로운 킨들HD 제조원가가 207달러인데 판매가격은 199달러라는 것이다.

2011년 대당 50달러씩 손해 보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손해액이 줄었다. 대당 8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있지 않다. 킨들이라는 하드웨어는 손해를 보면서 배포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도록 콘텐츠 결합을 통한 이익을 창출했고 전자책 시장을 지배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번 아마존 킨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구입한 소비자는 이런 콘텐츠를 꾸준히 활용하기 위해 킨들 시리즈를 함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마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파일을 계속 활용하려고 후속 오피스 버전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존과 킨들이 만들어낸 전자책 시장은 새로운 모바일 트렌드 전략을 시사한다. 원가에 가까운 하드웨어를 무료 제공하고 운영체제 같은 인프라에 대한 사용자 의존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까지 동시 제공하는 사용자 종속 전략이 그것이다.

·구글 : 넥서스(하드웨어)+안드로이드OS+구글플레이+인터넷+콘텐츠(유튜브 동영상)+모바일 광고 플랫폼

·애플 : 아이패드(하드웨어)+iOS+앱스토어+다양한 앱 콘텐츠

·마이크로소프트 : 노키아(하드웨어)+윈도+MS스토어+전통적인 PC 기반 콘텐츠

이제 더 이상 단순 하드웨어만 판매하고 이를 통한 이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은 경쟁에서 이길 도리가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기술이나 판매량에서 앞서있다고 해도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런 이유에서다. 적어도 IT 산업에선 영역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뿐 아니라 하드웨어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애플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상황이기도 하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