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진항의 콘테이너 터미널. <출처=pixabay>

한국 1위 선박회사 한진해운의 파산은 언뜻 고립된 하나의 사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사실은 세계 해운업의 빈약한 건강상태,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환하려는 중국의 있을 법한 계획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해운산업 전문매체 헬레닉쉬핑뉴스(HSN)가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HSN은 ‘한국의 죽어가는 해운산업중국에 이익인가?’라는 기사에서 한진의 추락은 언뜻 보면 재벌경영의 문제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해운업 전반의 쇠퇴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진단했다.

HSN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선박 과잉과 세계교역 둔화로 화물운임률이 폭락하면서 컨테이너 해운업은 60년 만에 최악의 자금난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선사들은 화물 적재량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다른 선사 소속 컨테이너를 함께 싣는 등 협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이에 더해 선사들은 수많은 새로운 합병과 동맹을 통해 통합을 강화했다.

그러한 재편성이 화물운임률 하락을 늦추고 잠재적으로 해운업을 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통들도 있다.

영국의 해운업 전문 컨설팅 회사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의 개당 평균 수익은 지난해 4월의 1113달러에서 지난해 12월 채산성이 있는 1645달러로 높아졌다.

하지만 해운업계 내부에서는 계속되는 선박 과잉과 화물 감소, 그리고 한진해운 같은 파산이 더 터질 경우 있을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고 HSN은 전한다.

유럽연합(EU)이 들고 나온 탄소시장 개혁 방안도 고전 중인 해운업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5일 유럽의회는 2020년 이후의 EU 탄소시장에 변화를 줄 입법 초안을 채택했다. 이 초안은 해운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처음으로 EU의 배출권 거래 시스템 속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EU의 조처에 대해 해운업 협회인 국제해운회의소는 탄소배출 감축 노력은 유엔의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해 통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HSN은 세계 해운업의 부실한 건강상태는 세계교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노력, 즉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추진력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일대일로 전략에는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로 확장이 포함된다. 지난달 런던은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발(發) 화물열차의 유럽 내 목적지 명단에 합류한 15번째 도시가 됐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철도망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말 기준 중국에서 유럽으로 운행한 화물열차는 1702편으로 이는 2015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해상운송이 더 싸게 먹히는 때에도 단지 자국의 경제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철도운송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HSN은 분석했다.

해상 지배력을 확실하게 지닌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은 대체 육상 수송로에 투자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같은 인접 국가들을 통과하는 이들 수송로는 통과국들이 중국의 경제와 투자에 더 의존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철도망과 전체적인 일대일로 전략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국제교역과 개발을 선도하기 위한 중국의 대단히 중요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HSN은 지적했다.

미국 행정부가 고립주의와 경제 민족주의로 후퇴하고 있는 때에 중국의 일대일로는 성공의 길에 들어섰으며, 변화와는 거리가 먼 완고한 해운회사들마저 일대일로 인프라와 투자가 제공하는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고 HSN은 소개했다.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가 해상 운송로를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장거리 철도에서 잠재적인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그 한 사례다. HSN은 이런 추세가 한진해운 같은 해운회사들에는 나쁜 소식일지 모르지만 신(新)실크로드가 전속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중국에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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