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끼리 곡선형(커브드) 스마트폰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지난 달 삼성이 휘어진 갤럭시라운드를 공개한 데 이어 LG전자가 11월 5일 G플렉스를 공식 발표했다. 조용한 삼성의 갤럭시라운드 데뷔와 달리 LG는 이날 오전 공식 기자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에는 본사 사옥에서 제법 많은 블로거를 대상으로 제품 발표 및 시연회를 진행했다.

▲ 휘어지는 스마트폰 LG G플렉스. 제한적이지만 휘어있는 갤럭시라운드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휘어진 스마트폰 즉 곡선형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만 휘어진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이 휘어진 진정한 플렉서블 스마트폰의 초기단계다. 이번 LG와 삼성의 곡선형 스마트폰은 향후 플렉서블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선봉장 역할이나 다름없다. 서로 다른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내세우는 만큼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LG G플렉스와 삼성 갤럭시라운드는 같은 곡선형 스마트폰이지만 세부 사양과 사용감의 차이는 크다. 우선 화면의 휘어진 방향이 정반대다. G플렉스는 위아래로 휘어진 반면 갤럭시라운드는 양옆으로 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휘는' 것과 '휘어져'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갤럭시라운드는 휘어져 있고 G플렉스는 휘어진다.

◇ LG G플렉스, 휘어지네=LG전자는 G플렉스 탄생 배경과 기술적 우위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진정한 곡선형 스마트폰을 내놓기 위해 전사가 협업했다는 것.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개발단계부터 협력해왔다는 말이다. 회장님폰이라 불리는 G2처럼…….

G플렉스는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세계최대 크기의 곡선형 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휘어진(휘어지기도 하는) 배터리가 적용됐다. 삼성 갤럭시라운드가 디스플레이에 한해 곡선형인 반면 G플렉스는 화면과 배터리까지 곡선형을 택해 기술적으로 좀 더 앞선다.

▲ G플렉스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배터리까지 제한적이지만 휘어지도록 만들어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더 가깝다.

곡선형 스마트폰의 특징은 무엇보다 휘어진 화면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면서 몰입도가 낮아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곡선형은 이 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휘어진 방향은 중요하다. 위아래냐 양옆이냐. 적어도 마음대로 휠 수 있는 플렉서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 배터리는 슬라이드처럼 휘어져 있다. 일정한 압력을 가하면 평평하게 펴졌다가 되돌아온다. 반면 갤럭시라운드는 일반 스마트폰 배터리와 같이 딱딱한 것을 사용했다.

◇ G플렉스,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좀 더 가까운=G플렉스는 사용자가 곡선형 스마트폰의 진정한 가치와 편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물론 LG의 주장이다) 최적의 곡률 700R을 채택해 위아래 방향으로 휘게 만들었다. 곡선형 스마트폰에 알맞은 휘어짐과 방향이라는 거다. 최적의 곡률 700R은 편리한 사용성과 휴대성, 동영상 시청 시 몰입감 등 (갤럭시라운드?) 기존 곡선형 스마트폰이 구현하지 못한 G플렉스만의 특징이라는 것.

▲ G플렉스는 곡선형 디스플레이의 장점인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최적의 곡률 700R을 채택했다. 거실에서 55인치 곡면 TV를 감상하듯 30cm 앞 G플렉스로 동일한 느낌의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에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G플렉스는 하나의 픽셀 안에 레드, 그린, 블루 3개의 서브 픽셀을 넣어 리얼GRB 방식을 적용해 보다 선명한 화질과 정확한 색상을 제공한단다. 곡선형 디스플레이 특성상 유리대신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오는 색감 저하를 서브 픽셀로 해결했다.

갤럭시라운드가 디스플레이만 곡선형인 반면 G플렉스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배터리 또한 곡선형이다. LG화학이 개발한 스택앤폴딩 기술이 적용된 곡선형 배터리는 구부릴 때 받는 물리적 스트레스가 적어 안정성이 뛰어나다. 배터리 용량 또한 일반 배터리의 최대 수준인 3,500mAh를 탑재했다.

▲ G플렉스와 함께 퀵커버도 선보였다. G플렉스 라인을 따라 휘어져 있다.

▲ G2를 닮은 후면. 후면에 전원 키를 배치했다. 사파이어 렌즈를 이용한 카메라는 손떨림 보정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다.

G플렉스는 G2에 처음 선보인 후면키가 적용됐으며, 6인치 대화면을 2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갖췄다. 잠금 화면에서 곧바로 갤러리, 비디오 플레이어, 유튜브 등을 볼 수 있는 앱으로 연결해주는 'Q씨어터' 기능도 눈길을 끈다. 스냅드래곤 2.2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해 LTE-A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을 OS로 탑재했다.

크기는 160.5×81.6×7.9mm, 무게는 177g이다. 화면이 크니 꽤 무거운 편이다. 카메라는 후면 1천300만 화소, 전면 210만 화소, 램은 2GB DDR3, 색상은 타이탄 실버 한 종이다.

◇ 위아래로 휘어진 화면, 영화 감상 시 몰입도 높여=G플렉스는 갤럭시라운드와 달리 위아래로 휘어진 HD급 해상도 지원 6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 가로 방향으로 돌리면 동영상을 보는 사용자는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의 곡선형 스크린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화면 크기가 아이맥스급이 아니니 과장된 표현이 없잖아 있겠지만 그냥 큰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물론 7~10인치 태블릿PC에서 느낄 수 없었던 몰입감이 살아난다. 휘어진 화면 덕분에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도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것도 G플렉스의 위아래로 휘어진 화면의 장점이다.

▲ 휘어지는 6인치 대화면에서 느껴지는 몰입도는 제법이다.

스피커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때의 씬도 놓치지 않는 것이 G플렉스다. 바닥에 놓았을 때 G플렉스 하단 끝 부분에 있는 스피커는 바닥 위로 향하게 되는데 스피커 위치가 바닥과 닿는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스피커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바닥 마찰음 없으니 더 또렷하고 맑은 소리로 전달된다.

▲ 바닥과의 마찰음을 줄여 스피커 소리는 더 또렷하고 맑아졌다.

G플렉스를 귀에 가까이 가져가 봤다. 손, 얼굴 등 스마트폰이 자주 맞닿은 곳에 조화되도록 했다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통화 시늉을 하며 G플렉스를 얼굴과 가까이 했더니 스피커는 귀와 마이크는 입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놓인다. 예컨대 통화할 때 상대방 목소리는 물론 기존과 같은 목소리 높이로도 또렷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셈이다.

(휘어지기도 하는) 휘어진 배터리는 주머니나 가방에 넣었을 때 책이나 다른 물건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G플렉스가 휘어지는 예컨대 40Kg에 달하는 힘을 100회 이상 가하더라도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갤럭시라운드가 일반 스마트폰용 배터리 채택으로 휘어진 스마트폰 틀에 묶여있다면 G플렉스는 제한적 수준에서의 플렉서블 스마트폰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다.

▲ 40Kg에 달하는 힘을 가하더라도 휘어지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채택으로 제품은 파손되지 않는다.

▲ 실수로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거나 깔고 앉더라도 문제없다.

◇ 왠지 모를 이 불편함은 뭐지=스마트폰을 흔히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니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과 화면 성능 싸움에서 화면 크기로 경쟁하더니 휘어진 화면 차례가 왔다. 곡선형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팔고 나면 '땡'이니 아니꼽다.

갤럭시라운드와 G플렉스는 1세대다. 베타에 가까운 제품이다. 1세대 제품을 기반으로 불편한 점은 보완하고 (더 휘어지거나 아니면 자유롭게 휠 수 있는) 새로운 2세대 제품을 출시한다. 갤럭시라운드를 공개했을 때와 같은 반응은 G플렉스의 문제라기보다 곡선형 스마트폰의 필요성이다.

(함을 가해야 일정 범위 내에서 휘지만……. 그나마 갤럭시라운드는 이조차도 불가능) 휠 수 없으니 휴대할 때 은근히 불편하다. 뭐 잠깐이니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6인치 대화면 탓인지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은 예상 외로 별로다. 주머니나 가방에 넣을 때 밀착이 되질 않으니 볼록 튀어나온다.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

◇ 곡선형 스마트폰 당신의 선택은?=올해 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곡면TV로 한 차례 맞붙었다. 곡선형 스마트폰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간의 또 다른 자존심 싸움이다. 최초 곡선형 스마트폰 타이틀을 낚아챈 갤럭시라운드를 대하는 네티즌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격만 비쌀 뿐 값어치를 못한다는 것. 최초라는 타이틀을 위해 설익은 제품을 내놨다는 말이다. 통신사도 조용하다.

갤럭시라운드보다 좋은 의견을 내놓지만 G플렉스 또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제한 없이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기 전 곡선형 스마트폰 사용자는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접해본다는 장점 이면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껴안아야 한다.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당신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면 곡선형 스마트폰, LG G플렉스 혹은 갤럭시라운드를 선택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많은 이들이 넥서스5에 열광하는 이유를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 LG G플렉스는 11월 12일 통신 3사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다.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LG전자는 12일 국내 이동통신 3사 출시에 이어 글로벌 시장 공략도 적극 검토 중이다. “경쟁사야 모르겠지만 우리는 팔려고 만들었다”는 LG 측 말이 메아리처럼 맴돈다. 12일이 기다려진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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