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정책 종합
기업은 국민의 적이 아니다...수사 강도, 신중해야

탄핵 정국이 끝나면서 면세점 특혜와 사면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찰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지난 19일 새벽에 귀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특수본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나온 지 4개월 만에 재출석한 것이다. SK는 최고경영자의 구속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그룹에 이어 다음 차례는 롯데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롯데는 가뜩이나 중국발 사드 견제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주와 신동빈으로 야기된 ‘왕자의 난’으로 그룹 이미지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다여신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와 시중은행, 제2금융권 채권에 대해 30~50% 출자전환을 강제하는 강력한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구조조정 방식은 워크아웃 형식을 취하지만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는 일부 시중은행이나 2금융권이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초강력 구조조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독이 될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잘못 되면 한진해운 회생실패의 재탕이 될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 참 안타깝고 서글프기도 하다. 첫째는 경영진의 잘못일 게다. 그러나 그렇게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다. 기업 오너들은 모두가 신군부 시절 국제그룹의 해산을 기억한다.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그 큰 기업이 한 번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이런 학습효과가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바로 정치지도자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생존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대개의 보도를 보면 대통령이 2015년 8월에 롯데를 주목해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롯데는 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주장이다. 안종범 전 수석의 경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기업의 거액 지원을 요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죽기 싫으면 특혜라는 양날의 칼을 붙잡고 대신 뭔가를 쥐어주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이미지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일부 언론의 왜곡된 시선이 문제다. 일부 언론은 한탕주의의 전형적인 이전투구식 기사 던지기를 계속해 왔다. 아니면 말고 식의 한탕주의 기사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생산해 내는 불량 기사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인 중도 신문인 아사히조차 자국에 불리한 기사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기업을 죽일 수도 있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루머성 기사는 절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 가지 말할라치면 검찰의 배려가 아쉽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 사건에서 솔직히 정치적 정무적 선택을 해 온 것이 사실 아닌가. 재계의 생존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잘못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기업이 입을 손실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를 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무죄추정원칙을 꼭 지키고 불구속 수사의 재량도 최대로 발휘해야 한다.

지금 SK는 도시바 반도체 인사라는 절체절명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대만 기업이 이를 인수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순위가 바뀐다.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갖고 있는 위상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계는 글로벌 전쟁에 돌입해 있는데 우리는 매일 깎아내리지 못해 난리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적을 양산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대기업을 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좀 더 냉철하게 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경우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기업이면서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 브랜드라는 이중적인 국민의 애증을 겪고 있다. 삼성만큼 기대가 크고 국민의 바람이 큰 기업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최근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별로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전문 CEO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미국에선 애플의 성공이 신화가 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가 오히려 박수를 받고 있다. 지금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20세기 후반에 미국 재계를 주름잡고 시장장악력 1위를 차지하던 AT&T도 욕은 먹었지만 미국 국민의 자랑이기도 했다. 일본은 어떠한가. 도요타, 도시바는 물론 한때 일본 철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신일본제철도 내부적 비판은 있어도 국민들의 사랑과 정부의 튼튼한 지원을 얻어내곤 했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대기업 오너들과 전문경영진들의 책임이다. 정권과 손을 맞잡고 특혜를 바라면서, 사실상 특혜를 받으면서 많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비정상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범사회적인 기업으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국가와 민족에 대한 봉사를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 대국민 홍보정책도 전면 수정돼야 한다.

검찰도 언론도 이런 난국 상황에서 기업 수사의 강도를 좀 더 깊이 있게 고려해 볼 시점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재미있는 테크월드 세상
여백
여백
Tech Holic Toon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