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지난 11월 6일 조용한 이벤트를 열었다.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PS4) 국내 발매일과 가격을 확정 발표한 것. 이에 따르면 국내 발매 가격은 49만 8,000원, 출시일은 12월 17일이다. 이번 발표는 소니 블로그를 통해 이뤄졌다.

플레이스테이션4는 소니의 희망으로 불린다. 왜 그럴까. 소니는 최근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실적 부진 전망으로 당장 소니가 흔들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무디스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이 소니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반적으로 소니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여론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인 파이낸셜타임스도 10월 31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소니의 상황을 다루기도 했다. 기사 내용 중 관심이 가는 대목이 있다. 어두운 소니의 실적 전망을 타개할 희망으로 제품 2개를 언급한 것이다. 하나는 소니 엑스페리아, 그러니까 엑스페리아Z1, 다른 하나는 바로 플레이스테이션4다.

이들 두 제품이 희망인 이유는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 소니에게 짧은 시간 안에 이익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은 아니다. 소니가 지금 진행 중인 전략이 성공적인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에 대한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 제품이 시장에서 호평과 함께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면 내년 소니는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엑스페리아 시리즈는 현 시점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넘기 힘든 벽에 막힌 만큼 실질적으론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공 여부가 소니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를 살펴보면 디자인 컨셉트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사용자보다는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이용자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본체 앞뒤는 모두 거실용 가전제품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게 튀는 느낌 없이 정갈한 디자인을 취했다. 발열 제어를 위해 뒷면에 에어플로 홀을 다수 배치한 것과 달리 앞면을 언뜻 보면 게임 콘솔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플레이스테이션4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컨트롤러인 듀얼쇼크4는 별매 가격 기준 6만 9,800원이다. 조금 비싼 듯싶지만 기능을 생각하면 타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키넥트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카메라도 눈길을 끈다. PS4 아이(Eye)라는 카메라가 그 주인공. 기본 옵션에는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는 기본 출시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다. 키넥트가 다양한 활용도로 영역을 넓힌 것처럼 PS4 아이가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 만한 포인트다.

핵심 격인 메인프로세서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AMD가 공급했다. 데스크톱PC가 보통 쿼드코어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에 최적화한 8코어 차세대 전용 프로세서의 성능은 만족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도 일반 DDR이 아니라 GDDR 8GB를 채택했다. 당분간 하드웨어만으로는 PC가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성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니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4는 하드웨어 제조원가만으로는 한 대를 팔 때마다 손실을 본다고 한다. 하드웨어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판매해 기본 수요층을 극대화하고 게임 타이틀 같은 소프트웨어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이런 전략 성공을 위해 서드파티 개발사도 다양한 게임 타이틀을 준비 중이다. 이미 PC 쪽에서 검증된 시리즈 후속작이나 플레이스테이션4 전용 오리지널 게임 등이 출격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과연 소니의 희망으로 불리는 플레이스테이션4가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국내 성적표는 12월 17일 이후 연말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공 여부는 킬러 타이틀이 얼마나 나올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서드파티 개발사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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