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위기에서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로 시행한 경제개혁 조처가 뜻밖에 미국에 의해 우리나라가 통화조작국으로 지정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30일(현지시간) 한국 등 신흥시장 국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상 양보를 끌어내려고 통화조작 혐의를 들이밀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국제무역에서 미국 제조업체가 경쟁우위를 더 갖게 하겠다고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외교협회(CFR)의 벤 스타일 경제전문가는 “누가 조작 혐의의 가장 그럴싸한 표적이겠는가? 두말 할 것 없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취임과 동시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매우 비판적이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우리나라(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증가시켰고 미국인 일자리 약 10만 개를 파괴한, 일자리를 죽이는 거래”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의 통화조작 혐의와 관련해 한미 FTA의 변경을 강요하기 위해 미국은 법적 소송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고 VOA는 지적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또 닥칠지 모를 세계경제 침체 국면에 국가경제를 덜 취약하게 만들기 위해 한국은 IMF가 지지하는 개혁을 이행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넉넉한 경상수지(무역수지) 흑자 △많은 달러화 표시 외환보유액 △국내 자산에 대한 낮은 수준의 외국인 소유를 확립하라는 IMF 권고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경제적 자산은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바로 이런 조건들이 미국의회가 통화조작 여부를 판정하는 핵심 기준들이다. 경제학자들은 달러화에 기반을 둔 국제금융시스템 속에서 국가들에게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촉구해 놓고 나서 그 나라들을 보호주의라며 비난하는 것은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말한다.

CFR의 스타일은 “만약 어떤 신흥시장국이 그 나라에서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핵심적인 조처라고 IMF가 파악하는 것을 정확히 그대로 이행하면, 그들은 미국 의회에 의해 통화조작 혐의의 가장 그럴싸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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