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팔아라” 한때 다이렉트 경영(Dell Direct Model)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던 델의 최근 사정이 예전만 못하다.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기존 사업에서 정석처럼 여겨지던 룰을 깨고 직접 판매 시스템이라는 혁신을 도입, 혁신적인 기업가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18살 나이에 자본금 1,000달러로 시작해 거대기업 델을 만들어냈으니 대단한 인물인 건 분명하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델은 얼마 전 상장 폐지를 확정하고 비상장기업으로 전환,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듯 델의 성공 비결은 다이렉트 시스템이었다. 델의 다이렉트 시스템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 바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재고 부담을 줄이는 한편 중간 마진을 축소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배송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전통적 방식 : 공장→디스트리뷰터→리셀러→소비자

·델 다이렉트 시스템 : 공장→소비자

하지만 이후 델은 더 이상 큰 틀에 있어서 혁신을 내놓지 못했다. 이미 성공을 거둔 델의 다이렉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강하는 작업이 핵심이었다.

본격적인 PC 시장 침체기를 맞이한 2012년에도 델은 여전히 전사적인 수준의 혁신을 추구하지 않았다. 2012년 2분기 델의 주력 비즈니스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 델의 상황을 보면 노트북 같은 모바일 컴퓨팅 제품은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고 데스크톱PC는 9%,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도 9%씩 감소했다. 델이 주력으로 삼던 모든 분야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 때 최고 경영자인 마이클 델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는 남긴다. “28년 전 1,000달러로 시작한 델이 지난해 621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델의 실적은 계속 하락했다. 주력 비즈니스인 컴퓨팅 산업의 퇴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새로운 인터넷 접속 스마트 기기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전체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걸 인지했음에도 고집을 피웠다는 느낌이다.

다시 1년 뒤 델은 상장 폐지를 통해 비상장기업으로 전환, 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과연 정보통신 비즈니스를 강화하는데 성공해 회생할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장 폐지가 결정되자 신용평가기관 S&P는 델의 신용등급을 무려 4단계나 강등시켰다. 상장 폐지 과정에서 17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부채가 발생한 점이 재무 상황 악화를 불러올까 우려했기 때문.

마이클 델의 첫 번째 마법은 다이렉트 경영이었다. 다시 델을 이끌게 된 마이클 델의 두 번째 마법은 뭘까. 과연 마이클 델의 마법이 이번에도 델을 살려낼 수 있을까.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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