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란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말한다. 가수 데프콘이 HMD를 쓰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HMD는 안경처럼 눈앞에 화면 2개를 배치해 머리에 쓰면 3D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다. 머리에 쓰는 대형 스크린인 셈. 소파에 편히 앉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눈앞에 펼쳐지는 영화,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 무선으로 750인치 감동을=소니는 HMD 분야에서 가장 앞선 회사 가운데 하나다. 올해 초 2세대 HMZ-T2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진행된 예약구매에서 '완판'될 정도로 마니아 사이에서 HMD는 뜨거운 감자다. 소니가 무선으로 750인치 감동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3세대 HMD 'HMZ-T3W'를 내놨다.

▲ 무선 지원으로 제법 자유로워진 소니 3세대 HMD HMZ-T3W. 모델명에서 'W'는 무선 지원을 의미한다. HMZ-T3은 기존 제품처럼 무선 리시버(배터리 유닛)이 없다. 매트 블랙과 크롬의 대비가 유선형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내년 개봉을 앞둔 SF영화 로보캅 속의 주인공 헬멧을 닮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의 HMZ-T3W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설레게 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필자 같을 듯싶다. HMZ-T3W는 45도의 넓은 시야각과 750인치 대형 화면, 생생한 7.1채널 버추얼 서라운드 시스템 등 2세대 장점을 흡수하면서 편의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무선으로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HMZ-T3W의 가장 큰 특징이다.

▲ 헤드 패드는 접이식이라 상하좌우 조절이 가능하다.

HMZ-T3W는 와이어리스HD를 지원한다. 즉 본체와 HMD은 60Hz를 사용하는 무압축 영상전송 기술 '와이어리스HD'를 통해 무선으로 영상을 전송한다. 본체와 배터리 유닛을 무선화해 거리의 제한을 최대한 줄인 것. 영상과 음성 신호를 HMD가 무선으로 수신하므로 사용자는 7m 내 거실 어느 위치에서나 편안한 자세로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 3D 세계로 안내하는 헤드마운트의 접안부. 5단계에서 초첨 조절이 가능하다.

▲ 컨트롤 장치는 헤드 마운트 아래쪽에 나란히 자리한다.

무선 지원과 함께 착용 시 오는 거부감을 줄인 것도 칭찬할 만하다. HMZ-T3W는 HMD 착용감 개선을 위해 새로운 헤드 패드를 적용, 압력하중의 분산은 물론 밴드 위치 조절이 가능해 무게 밸런스까지 사용자 신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2세대 제품에서 곧잘 지적되던 안경 착용자를 위한 섬세한 변화는 눈길을 끈다. 렌즈의 스윗 스팟을 확대해 초점 정렬이 보다 편리해졌다. 무게는 320g으로 기존 모델에서 10g 줄었다.

▲ 사용자 머리와 헤드마운트 위치와 무게 중심을 보다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상하 두 개의 스트랩이 제공된다. 스크린의 중앙이 보이도록 최적의 위치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래쪽 머리띠로 고정하고 위쪽 머리띠는 스크린 중앙을 잡는데 쓰인다.

덧붙이자면 와이어리스HD는 동시에 2개까지 연결 가능하다. 지원 프로젝터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프로세서 유닛에 32비트 DAC와 헤드폰 앰프를 내장해 여기에 헤드폰을 연결하면 음악 또한 고음질로 즐길 수 있다. 배터리 연속 사용 시간은 HDMI 7시간, MHL 3시간으로 영화 한편 시청하는데 충분하다. 충전은 AC 어댑터를 사용하며 충전시간은 5.5시간. HMD와 배터리 유닛은 1.2미터 케이블로 연결된다.

▲ 소니 HMD HMZ-T3W는 무선으로 영상과 음성을 헤드마운트에 전달한다. 헤드마운트와 무선 연결에 쓰이는 배터리 유닛. 최대 7m까지 수신이 가능하다. MHL(Mibile High Difinition Link) 대응 HDMI 입력을 지원하는 것도 특징. MHL 지원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 탄성이 절로 나온다=디빅스 플레이어와 연결했다. 안경과 HMD 렌즈 사이에서 초점이 맞지 않아 보이질 않는다. 렌즈 초점과 렌즈와 눈 사이의 거리 조절이 필요한 것. 렌즈 초점과 눈 사이의 거리는 모두 5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보인다. 소니가 말하는 750인치 대형 화면을 접하는 순간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품을 써봐야 알 수 있는 느낌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서 톰 크루즈가 높이 828m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에서 펼치는 아찔한 와이어 액션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잡음 없는 깨끗한 화질의 화면을 뿌려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제품의 진가는 3D 영화에서 발휘된다.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 3D 버전은 아이맥스와 비교해도 제법 싸움이 될 정도로 소니가 자랑하는 3D 기술이 녹아 들어간 제품답게 입체감은 뛰어났다.

노트북에 연결한 다음 게임과 액션 영화를 실행해봤다. 자동차 경주 장면에서는 ‘굉음’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영상이 눈앞에 그대로 전해졌다. 극장에서 약간 뒷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의 영상과 사운드가 느껴진다고 할까. 상하좌우로 여백 없이 꽉 차니 몰입도는 상상 이상이다. 풀HD(1920×1080)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다기에 내심 실망했었는데 영상의 모자람을 지적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전문가가 아니라면 만족하며 즐기면 된다.

▲ 번들로 제공되는 이어폰. 극장에 온 것처럼 제법 수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극장에 온 듯한 사운드라고? 지원 사양이 웬만한 오디오 기기 부럽지 않기에 그렇다. 돌비 트루HD 및 DTS-HD 마스터 오디오 등 비트 스트림 디코딩은 물론 7.1채널 'Vritualphones Tecnology' 지원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사운드 모드는 시네마, 스탠더드, 음악, 사용자 지정 4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물론 헤드마운트를 쓰고 말이다.

고음역 보정 기술인 하모닉 이퀄라이저는 돌비 디지털 및 AAC는 기본, 여기에 DTS 및 리니어 PCM을 추가 지원한다. 샘플링 레이트는 기존 48kHz에서 최대 192kHz까지 늘렸다. 번들 이어폰은 11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MDR-XB90EX'에 준하는 제품이다. 번들 이어폰이면 충분하다. S, M, L 3종류 이어피스가 함께 제공한다.

원본 소스와의 연결은 HDMI 단자로 이뤄진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X박스360과 플레이스테이션3 등 게임기, 게다가 PC와 (현재 소니 제품만 가능) 스마트폰까지 연결된다. HDMI 출력을 지원하는 모든 기기를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 멈추지 않는 진화=HMZ-T3W는 전 모델 HMZ-T2와 동일한 해상도(1,280×720)와 시야각(약 45도)를 지원하니 하드웨어 사양에서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 디자인한 렌즈를 쓴 덕분에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은 재튜닝 과정을 거쳤다. HMZ 전용 LSI 회로는 영상 지연을 최소 1프레임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단다. 영화나 게임을 즐길 때 눈의 피로도가 적은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HMZ-T1에서 HMZ-T2는 '개선'이었지만 T3는 '진화'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 3세대 HMD HMZ-T3W. 무선 지원으로 사용하기 한결 나아졌다. 영화 한 편 감상하는데 크게 힘들지 않으니 제품 만족도가 제법이다.

데프콘, 은근 마니아적인 성향의 가수이자 예능인이다. 데프콘 게임기로 유명해졌지만 HMD는 여전히 틈새 제품이다. 물리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다는 것. 장시간 사용 시 눈이 피로하기도 하고 혼자 사용하니 로보캅 같기도 하다. HMZ-T3W를 체험하는 며칠 주위에서 웃긴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물론 실제로 착용해보면 제품이 주는 몰입도는 인정하지만 말이다. 예컨대 HMD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소니 매장에 들려 실제 머리에 쓴 다음 영화나 게임을 체험해보고 구입하라 말하고 싶다. 멋지게 지르고 다락방에 던져 둘만큼 저렴한 제품은 아니니까. 가격은 139만원이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