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기업 중 하나인 LIG 계열 넥스원이 어울리지 않는(?) 제품을 공개했다. 조류와의 전쟁을 위한 조류 퇴치 로봇이 그것. 이 회사는 신궁이나 천궁, 홍상어, 청상어 등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잘 알만한 대공방어무기와 국산어뢰를 생산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조류 퇴치 로봇. 공항에서 안전한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항상 공을 들이는 건 바로 활주로에서 조류를 퇴치하는 활동이다. 새떼가 항공기 엔진흡입구로 들어가거나 조종석 유리창과 충돌하면 심각한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불리는 이런 사고는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위협이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값비싼 항공기를 손상시킬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주요 공항에선 엽사를 배치해 조류를 쫓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동안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해왔다면 넥스원은 IT 기술을 접목한 조류 퇴치 로봇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런 항공기 사고 위협은 군용 전투기라면 안보 위협까지 줄 수 있어 국방부와 공군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한다. 조류 퇴치 로봇은 군사 지원용 뿐 아니라 민수용 시장까지 동시 진출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초기 시제품

기본 컨셉트는 LED 조명으로 이뤄진 서치라이트, 스피커를 통한 음성, 레이저 등으로 조류를 쫓아내서 항공기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물론 로봇이기 때문에 연료가 바닥나지 않는 이상 24시간 활동할 수 있다.

좀더 개선해 방송에 소개된 조류 퇴치 로봇 시제품(KBS 방송 캡처)

초기 개발 시제품은 주요 장비가 외부에 많이 노출된 형태다. 하지만 두 번째 시제품을 보면 프레임 부분에 좀더 변화를 줬고 헤드라이트 부분을 개선할 걸 알 수 있다. 엔진 부분 발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에어홀을 곁들였다. 상당 부분 최종 양산 버전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한 시제품이다.

로보월드2013에 등장한 최종 양산 버전

최종 양산형 조류 퇴치 로봇은 지난 10월 24일 로보월드 2013 행사에 공개됐다. 상업성을 고려해 6륜에서 4륜으로 바꿨고 디자인 요소를 추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 디자인은 새 부리와 눈 등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변경했다. GPS 수신 안테나와 퇴치용 장비 부분에도 외형 프레임을 보강해 야외 활동에 맞는 설계를 취하고 있다.

최종 양산 버전은 공항 내 조류 위치와 종류를 음향과 영상 등으로 분석, 탐지한 다음 음향과 레이저, LED 조명 장치 등을 활용해 퇴치한다. GPS 위성에서 받은 위치 정보를 관제시스템에 전달하고 넓은 공항을 커버하기 위해 중계기를 설치한다. 단순히 조류 퇴치 로봇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관제시스템과 중계기 등 조류 퇴치 시스템을 파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군사 장비 분야는 항상 IT 기술의 모태가 되어왔다. 안보라는 최상위 목표를 위해 상업성이 없더라도 일단 가능성 타진을 위해 실험적 아이디어를 계속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성공한 기술은 다시 민수용으로 전환된다. 지금 이 조류 퇴치 로봇을 처음 도입할 공항으로 거론되는 곳은 파나마 토쿠멘 공항이다. 항공기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확인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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