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산’이라고 하면 아직도 값싸지만 품질은 조악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사실 이런 이미지도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다. 최근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방산산업 분야에서 중국산 무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얼마 전 터키가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서 유력하게 부상한 것도 중국 HQ-9 방공 미사일이다.

중국산 방공미사일 HQ-9는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무기다.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탄도탄 등을 마지막, 그러니까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최후의 방어 수단인 만큼 높은 신뢰도를 요구한다. 종말 단계에서 마하가 넘는 속도로 수직 낙하하는 비행체를 격추하는 기술은 웬만한 항공 로켓 기술 수준으로는 쉽게 구현할 수 없다.

지금 가장 앞선 제품으로 평가 받는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조차 제조사 주장과 달리 실제 요격 성공률은 40% 미만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공 미사일 제조 기술은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국제 방산 시장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56%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독과점 시장이다. 중국산 방공 미사일인 HQ-9는 이런 양대 무기 강국 중 하나인 러시아 S300 방공 미사일 기술을 도입해 제조한 무기다. 하지만 이후 자체적으로 기술 업그레이드를 지속, 급기야 터키에 수출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번에 공개 입찰한 터치 방공미사일 사업 규모는 30억 달러(한화 3조 1,000억원대)에 이른다. 사실 터키는 무기체계를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NATO) 표준 체계를 따르고 있어 HQ-9를 도입한다면 무기 시스템 연계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방공 미사일인 HQ-9 채택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시스템과 견주면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방공 미사일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지역적으로 좁은 공간만 커버할 수 있는 탓에 배치 숫자도 중요하다. 따라서 성능이 조금 떨어져도 2∼3배 많은 수를 배치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다.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산 무기만 고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무기 시스템이라는 비판을 받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국산 명품 무기나 우방국 무기 시스템 선호만을 말하는 게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 국가 안보와 효율적 비용 지출이라는 점을 최우선으로 삼아 무기 시스템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 외에 독일과 프랑스 등이 전 세계 무기 시장에서 미국과 러시아라는 양강과 더불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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