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코닝은 무려 40년 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한 몸(?)이 되는 걸 택했다. 삼성이 코닝 본사 지분 7.4%를 인수해 대주주 지위에 오른 것. 또 코닝은 삼성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SCP) 지분 57%를 인수해 완전히 코닝 소유로 만들었다. 이로서 삼성과 코닝은 치열한 접전 중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배를 타게 됐다. 이유는 뭘까.먼저 삼성과 코닝이 합의한 사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삼성·코닝 전략적 합의사항

1. 코닝은 현재 43%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코닝의 나머지 지분 전체를 19억 달러(한화 2조원대)에 취득한다.


2. 삼성은 23억 달러에 코닝 지분 7.4%를 취득한다. 다만 취득 상한선은 9%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3. 삼성과 코닝은 LCD 디스플레이 강화유리의 장기 공급 계약을 2023년까지 맺는다.


4. 전략적 신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위 내용 중 1·2번은 상호 주식 취득 관련 사항이다. 비용을 보면 삼성전자는 2조 4,000억원, 코닝은 2조원 규모다.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코닝에게 좀 더 프리미엄을 얹었다. 정리해보면 디스플레이 강화유리 소재 부문에서 삼성은 손을 떼는 대신 코닝 본사 지분을 획득, 최종적인 수익 배분을 가져가는 개념이다.

통합칩 시장을 놓고 퀄컴과 한편으로는 협력을 하면서 자체 개발이라는 경쟁 요인 2가지로 줄타기를 하는 삼성의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현재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원가 비중에서 44%나 되는 강화유리 시장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터치스크린 소재 부품에서 강화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이른다. 터치스크린 부품 절반이 강화유리 비용인 것. 그런데 이 시장을 지배하는 건 90%에 이르는 점유율로 추정되는 코닝이다.나머지 10% 남짓한 점유율은 NEG(일본일렉트릭글라스), 드래곤트레일 시리즈를 개발한 일본 아사히글라스 등이다.

이 시장은 이미 삼성이 직접 뛰어들어 경쟁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고착화되어 있다. 10%를 놓고 벌이는 경쟁도 너무 치열하다. 전력을 기울여 추격해도 크게 효율적이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 부품 채택률을 높이는 전략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가져갈 건 가져가는 전략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이익 배분을 받는 방향으로 결정한 게 바로 고릴라글라스로 대표되는 강화유리 부문이다.

그렇다면 코닝은 뭘 얻을까.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기 한참 전인 지난 1973년 코닝은 이미 삼성과 합작을 통해 TV 브라운관 유리, LCD 유리, OLED 유리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다시 말해 삼성이 TV 시장을 지배하면서 코닝 역시 브라운관과 LCD 유리 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면서 코닝도 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코닝과 비슷한 입장은 퀄컴의 예를 들어보자. 삼성은 퀄컴의 최대 고객이지만 너무 비중이 높다보니 삼성은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결국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개발했고 채택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다. 또 통신칩과 결합한 통합칩까지 개발하면서 퀄컴의 경쟁자로 꼽히는 상황. 하지만 퀄컴 입장에서는 이런 삼성에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만일 삼성이 퀄컴 비중을 대폭 줄이면 당장 매출과 이익이 나빠지는 상황이기 때문. 퀄컴은 삼성에게 통합칩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특별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런 상황은 코닝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삼성이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는 본사 지분을 넘겨서 이익을 배분한다면 안정적 공급처 확보와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삼성과 퀄컴의 관계처럼 언젠가 경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2023년까지 상호 디스플레이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다는 내용도 이런 협력관계를 보여준다. 무려 10년에 걸친 장기 계약은 사실 1∼2년 안에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시장점유율 싸움에서 코닝 역시 삼성에게 배팅을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치열한 1∼2위 경쟁을 벌이는 애플과 삼성의 경쟁에서 삼성이 어떤 스타일로 애플과 싸우는지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애플도 강화유리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코닝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급가격은 삼성 쪽이 더 저렴하다. 애플이 판 아이폰 수익 일부는 다시 돌아 삼성에게 돌아온다.

중국에서 만든 완성품을 전 세계에 공급해야 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베트남2공장.

애플은 고객 자체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스마트폰 비즈니스 전략으로 취한다. 반면 넓게 포진해 서서히 경쟁자의 수익을 회수하는 삼성의 접근 방법은 차이가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와 샤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자 애플이 삼성전자 쪽에도 디스플레이 공급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은 삼성이 어떻게 경쟁자를 압박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은 제조와 생산 관리에 강한 장점을 앞세워 원가를 줄이고 강력한 마케팅을 얹어 매출을 견인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 코닝과의 합작은 선두주자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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