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세대 콘솔 게임 경쟁이 본격화됐다. 소니가 선보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원(XBOX One)이 치열한 판매 경쟁은 물론 홍보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4는 물론 엑스박스 원 역시 하드웨어를 팔 때마다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말 그럴까.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1998년으로 돌아가 당시 최신 하드웨어를 갖춘 게임기였던 세가 드림캐스트(사진 위) 사례는 이 치열한 치킨게임을 풀어볼 열쇠다.

“10만엔이나 20만엔 정가에 내놔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히타치 수석 엔지니어 코시지 세이이치의 말이다. 1998년 11월 세가가 2만 9,800엔에 선보인 드램캐스트 콘솔 게임기에 대한 하드웨어적 관점에서의 평가다. 당시 드림캐스트에는 히타치가 특별히 만든 SH4라는 프로세서를 얹었다. 이 프로세서에 대한 성능과 가치에 대해 히타치 엔지니어는 무한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번 연말 시즌에는 100만대를 판매하고 장기적으로는 1,000만대가 판매 목표입니다. 아무리 안 돼도 그 정도는 팔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세가 대표인 이리마지리 쇼우이치로의 말이다.

그들은 당시 연말에 드림캐스트가 아니면 팔 것이 없었던 만큼 세가 드림캐스트가 최고의 상품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세가 드림캐스트는 히타치가 만든 128비트 프로세서인 SH4, 300만 폴리곤 이상 CG 처리 능력을 갖춘 NEC 파워VR2 그래픽 프로세서, 사운드는 야마하 최신 프로세서, 33.6kbps 초고속 모뎀 등 당시로서는 최고 사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픽만 해도 당시 고성능 PC에 얹은 그래픽카드 처리 능력이라고 해봐야 20∼30폴리곤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01년 1월 31일 세가는 콘솔 게임기 하드웨어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앞으로 게임 등 소프트웨어 공급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만만하던 세가는 왜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철수했을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선보인 엑스박스 원

앞서 설명했듯 드림캐스트는 하드웨어만 따지면 10∼20만엔에 팔아도 괜찮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발매 가격은 2만 9,800엔. 우리 돈으로 100∼200만원에 팔아야 했을 제품은 30만원대에 판 셈이다. 하드웨어를 팔아서 세가에게 수익이 남았을까?

결국 세가가 철수를 택하게 된 건 전형적인 치킨게임 상황에서 경쟁을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드웨어는 거의 원가 수준이거나 손해를 보고 팔지만 향후 게임 판매나 로열티 수익 등으로 이익 구조를 창출해야 하는데 하드웨어까지 안 팔리게 되면 세가 같은 대기업도 버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1999∼2001년까지 콘솔 게임기 시장은 전성기를 맞는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1997년 650만대 판매를 기록했지만 1년 뒤인 19898년 3월에는 1,151만대를 넘기며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리고 있었다. 시장 팽창기였던 것. 세가와 제휴를 맺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가 게임기 철수 이후 엑스박스로 게임기 시장 참여를 선언한 것도 이런 급성장하는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니가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4

당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콘솔 게임기 시장은 여전히 하드웨어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소니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4 1대를 팔 때마다 60달러 가량을 손해 본다는 외신이 이미 나온 상태다. 실제로 소니는 이런 치킨게임으로 지난 2007∼2008년 사이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인해 35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 7,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물론 안드로이드 특허 로열티로 엑스박스 사업 손실을 회계 상으로는 줄였다. 이렇게 가려진 손실을 그대로 계산해본다면 엑스박스 사업 탓에 마이크로소프트는 20억 달러, 2조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소니와 마이크소프트는 최근 선보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이 모두 24시간 만에 1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치킨게임은 거의 대부분 어느 한쪽이 치명적 손실을 입고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야 끝난다.

더구나 지금은 콘솔 게임기가 급성장하던 성장기도 아니고 장년기라고 볼 수 있다. 2등까지 먹고 살만한 시장이 아닐 수 있다. 누가 승자가 되든 손실을 복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는 쪽은 더 비참하다. 2001년 세가 드림캐스트의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이전 세대 콘솔 게임기 사업에서 이미 양사는 모두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런 손실은 다른 수많은 경쟁 요인까지 겹쳐 있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모두에게 쉽지 않은 여건이 될 것이다. 결국 승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네트워크에 누가 더 최적화되는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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