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사로 꼽히는 웨스턴디지털이 재미있는 물건을 내놨다. 블랙드라이브(Black Dual Drive)가 바로 그것. 2.5인치 규격에 SSD 120GB와 하드디스크 1TB를 얹은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SSD는 속도가 빠르지만 제조원가 탓에 용량을 늘리는 만큼 가격도 덩달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반면 하드디스크는 용량은 충분하지만 속도 면에서 메모리 기반인 SSD를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내놓은 블랙드라이브는 이런 SSD와 하드디스크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취한 저장장치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2.5인치 규격이라는 것이다. 일반 PC용 규격인 3.5인치였다면 이 제품의 시장성은 없었을 것이다.

내부 공간 제약이 있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은 대부분 저장장치 하나 정도만 장착할 수 있다. 이렇게 저장장치를 하나만 끼울 수 있는 제품에 블랙드라이브를 얹으면 성능과 용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데스크톱에 국한됐다면 가격 탓에 시장성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유는 블랙드라이브의 비싼 가격에 있다.

이 제품의 가격은 299달러(한화 31만원대)다. 120GB와 1TB 하드디스크를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4∼5개까지 저장장치를 끼울 수 있는 데스크톱PC에선 별다른 매력이 없는 셈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자사 제품을 라인업에 따라 블랙, 블루, 그린 등 색상으로 구분해 성능 등급이나 A/S 조건을 달리 한다. 블랙드라이브는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최상위 등급인 블랙 등급이어서 A/S 기간도 무려 5년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드라이브는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2.5인치 설계로 노트북과 태블릿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태블릿의 경우 대용량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노트북의 경우에는 SSD 가격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128GB급 SSD 구입 가격으로 256GB SSD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앞으로 이런 가격 하락세를 더 이어질 것이다. 블랙드라이브가 생명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하이브리드 제품은 징검다리 성격이 짙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는다면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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