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누군가의 소식이 전해질 때면 반가울 때가 있다. TG삼보도 그렇다. 우리나라 PC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지만, 구글이나 애플을 아는 요즘 세대에겐 TG삼보는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다른 PC 기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제품이라도 출시하면서 소식을 전하는 것도 반갑다. 물론 그것이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끌어내는 데 결코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

TG삼보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TG탭 W100이라는 윈도8 태블릿 때문이다. 아주 오랜 만에 TG삼보, 그것도 아직 낯선 윈도8 태블릿을 접한 것이 조금은 신기했달까? 그래서 은근 기대도 됐지만, 11.1인치의 16대 9 화면 비율을 길고 널직한 이 태블릿은 마감 만큼은 깔끔했다. 버튼은 전원과 음량 단자 버튼으로 최소화하고 테두리를 오목하게 만들었지만, 그다지 모난 데는 없는 만듦새다. 화면 아래 윈도 로고 이외의 장식도 없다. 두께는 얇지만, 800g이나 나가 가볍다는 말은 쉽게 꺼내기 힘들다.

만듦새에 큰 불만은 없지만, W100을 켰을 때 오른쪽 상단의 빛샘은 눈에 거슬린다. 시작 화면에 들어가면 다른 색깔에 가려지지만, 왠지 개운치가 않다. 사실 빛샘만 아니면 TG TAB W100의 11.1인치 화면은 강점이 될 수도 있었다. 풀HD(1,920x1,080) 해상도에서 세밀하게 표시하고 IPS 로 시야각 문제도 해결했으며 16대 9 화면비는 동영상을 넓게 볼 수 있지만, 그런 강점만 말하기엔 빛샘이 거슬린다.

또한 화면 아래 윈도 로고가 단순한 장식인 줄 알았더니 시작 화면으로 전환하는 버튼처럼 작동한다. 그걸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다. 한마디로 직관적이지 못하다. 이것은 분명 터치 버튼이지만 두번 연속 터치해야만 진동과 함께 시작 화면으로 넘어 간다. 이 버튼이 쉽게 눌려 화면이 켜지거나 시작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임은 이해하지만, 이걸 두번 누르는 게 불편하다는 것은 변함 없다. 그냥 오른쪽 화면끝을 쓸어서 참바를 열고 윈도 버튼을 누르는 게 낫다.

TG TAB W100은 인텔 대신 듀얼 코어 1GHz AMD Z-60 APU를 쓴다. APU는 AMD 만의 가속 처리 장치(accelerated processing unit)다. CPU와 GPU를 하나에 담은 프로세서지만 CPU보다 GPU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다.실제 TG TAB W100에서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는 별로지만, GPU를 이용하는 앱은 만족할 만하다. 일반 앱을 실행할 때 반응이 더디고 작업 전환 때도 멈칫 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아톰 태블릿에서는 거의 하기 힘든 바이올렛 스톰 같은 게임이 아주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은 인상적이고 고해상도의 UI를 누워서 떡먹 듯 그려내는 능력에선 내장 GPU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한다. 다만 응용 프로그램의 설정 없이 풀HD 동영상을 재생하지 못하는 데, 이에 대한 안내가 없다. 하드웨어 가속을 할 수 이용자가 설정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함을 베풀 것을 권하고 싶다.참고로 동영상을 볼 때 내장 스피커 음량은 힘도, 풍부함도 느끼기 힘들다.램은 2GB지만 윈도8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부족함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720P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윈도8 게임을 하는 동안 발열은 은근히 따뜻한 정도다. HD 동영상을 재생 시 배터리는 대략 5시간 남짓이니 두 편의 영화는 볼만하다. HDMI로 대형 TV에서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무난하다.

TG TAB W100이 AMD APU를 썼다고 해서 패널티를 받아야 할 제품은 아니다. 모든 게 제대로만 되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풀HD 윈도8 태블릿은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두루 겪게 한다. 때문에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기도 애매한 제품이기도 하다. 키보드 없이 화면만 있는 TG TAB W100이 생산성을 높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쉽게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성능과 기능을 가다듬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쩐지 제품 자체가 방향성을 잃은 기분이다.

최필식 기자  chois4u@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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