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은 공간이 없거나 날씨가 나빠도 실내에서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체육관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운동기구다. 열심히 뛴 만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지만 역사를 더듬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강요한 무서운 형벌 기구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러닝머신은 1800년대 원래 영국에서 죄수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영국 내 감옥 시스템은 투옥과 사형 집행, 경범죄 등을 모두 처리하느라 한심할 만큼 심각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 때 찰스 디킨스를 비롯한 유명 인사나 종교·자선 단체가 사회 운동을 벌여 죄수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사회 운동이 성공하면서 영국 내 교도소는 재구성된다. 열악한 운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활기구로 트레드밀(Treadmill)이 생긴 것이다. 처음 트레드밀을 발명한 건 1818년 영국 엔지니어인 윌리엄 큐비트(William Cubitt) 경이다. 지금 사용하는 러닝머신은 평평한 면을 달리지만 당시 죄수는 거대한 외륜을 밟아 돌려야 했다. 죄수가 외륜에 올라 계속 사용하면 물을 푸거나 곡물을 분쇄하거나 풍차를 돌리는 동력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레드밀이라는 명칭은 걷기(tread)와 분쇄기(mill)의 합성어다. 당시에는 트레드밀이 죄수의 형벌 이외에 풍차의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형벌기구로 간주됐다. 하지만 트레드밀 등장에 기뻐한 건 죄수를 뺀 사람들뿐이었다. 죄수들은 하루 6시간 동안 트레드밀을 돌려야 했다. 거리로 따지면 1,524∼4,267m로 추정된다. 4,267m라고 하면 평지라고 하면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지만 죄수들은 외륜에 올라야 하는 만큼 말하자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중간 지점까지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5일을 적은 식사만 하고 강제로 에베레스트 중간까지 오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중노동을 강요당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원래 일종의 운동기구로 도입된 트레드밀이지만 발명 이후 10년이 지난 무렵에는 영국 내에서만 감옥 50곳에서 이상적인 형벌기구로 소개됐다고 한다. 이 효과를 알게 된 미국에서도 영국과 비슷한 수의 감옥이 트레드밀을 도입했다고 한다.



트레드밀에 의한 강제 노동이 계속 되면서 죄수들은 쇠약해지는가 하면 외륜에 끼는 등 부상을 입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자 미국에선 1824년 트레드밀 사용을 재검토했다. 뉴욕형무소는 트레드밀을 어려움 없이 단조로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고 두려움 없는 도구로 정하기도 했다. 영국에선 1898년 형법이 재검토될 때까지 트레드밀에 의한 죄수의 가혹한 노동이 계속 됐다고 한다.

이후 1911년 트레드밀 특허가 미국에서 등록됐고 1952년 현대적 트레드밀의 선구자인 러닝머신이 완성된다. 1970년대에는 조깅 붐이 미국에 불면서 불필요한 체중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에어로빅 기기로 러닝머신이 단번에 보급된다. 이어 지금까지 러닝머신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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